정몽준 대한축구협회 명예회장(64)이 국제축구연맹(FIFA) 회장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 명예회장은 21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왜 FIFA 회장에 출마를 결심하게 됐는지, 회장으로 선출되면 FIFA 개혁을 위해 어떤 일을 할 것인지를 알리는 공약을 정리하고 있다. 출마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히기 전에 해야 할 사전 작업들이다. 이런 일들이 정리되고 나면 출마를 공식 발표할 것”이라며 “FIFA 회장 출마를 선언하는 공식적인 자리는 8월 중순 쯤 유럽에서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정 명예회장은 유럽에서 출마 선언을 하기로 한 것에 대해 “아무래도 세계 축구의 중심은 유럽이고 출마 이후 원하는 결과까지를 생각한다면 유럽에서 발표하는 것이 나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정 명예회장은 차기 FIFA 회장으로 꼽혀온 후보 중 가장 빨리 출마 의사를 표명했다. 미셸 플라티니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60)과 알리 빈 알 후세인 요르단 왕자(40), 아르헨티나 축구 영웅 디에고 마라도나(55) 등 FIFA 회장 선거에 출마할 것으로 거론되는 다른 후보들은 아직까지 출마 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이들 중 알 후세인 왕자는 5월 실시됐던 지난 번 FIFA 회장 선거 에서 2차 투표를 앞두고 사퇴했었다.
출마를 결심하게 된 이유에 대해 정 명예회장은 “FIFA가 최근 내놓은 개혁안을 보면서 개혁할 의지가 없구나 하는 판단을 했다. 아시아인이 FIFA 회장을 맡는 건 불가능하다는 세계 축구계 인식도 이제는 바꿀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정 명예회장은 “쉽지는 않겠지만 (회장 당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209개 회원국이 투표권을 갖는 FIFA 회장 선거에서 전체 투표권(209표)의 22%인 46표가 아시아 몫이다.
1904년 FIFA 출범 이래 역대 회장 8명 중 7명이 유럽 국가 출신이고, 주앙 아벨란제(브라질)만 유일한 비유럽 출신 회장이었던 FIFA에서 17년 동안 부회장을 역임한 정 명예회장은 2011년 부회장 5선에 실패한 뒤 현재 명예 부회장직을 갖고 있다. 명예직이긴 하지만 FIFA 명예 부회장이라는 직함을 아무에게나 주는 건 아니다. 현재 FIFA 명예 부회장은 정 명예회장과 렌나르트 요한손 전 UEFA 회장(86) 둘 뿐이다.
한편 뇌물 수수 의혹을 받고 있는 제프 블라터 FIFA 회장(79)이 지난 달 사퇴 의사를 밝힘에 따라 FIFA 집행위원회는 20일 차기 회장 선거를 내년 2월 26일에 치르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차기 회장에 출마할 후보들은 투표일 4개월 전인 10월 26일까지 후보등록을 마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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