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며 “각 국무위원들은 향후 30년의 성장 토양을 새롭게 만든다는 각오로 개혁과 부패 척결에 범정부적 역량을 결집해 주기 바란다”며 “모든 개인적인 일정은 내려놓고 국가 경제와 개혁을 위해 매진해 달라”고 말했다. 이어 “이 일을 맡은 이상 모든 것을 내려놓고 우선적으로 이 일이 잘되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당연한 본분”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이 정치인 출신 장관들을 향해 또다시 경고장을 보낸 것이다. 직전 국무회의를 주재한 7일에도 “국무위원들은 개인적 행로가 있을 수 없다”며 “오직 국민을 위한 헌신과 봉사로 나라 경제와 국민의 삶을 위해 최선을 다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통상 격주로 국무회의를 주재한다. 최근 두 차례 국무회의에서 잇달아 장관들에게 ‘개인적 행로’나 ‘개인 일정’을 머릿속에서 지우라고 다그친 것이다.
박 대통령의 잇따른 경고는 일부 국회의원 출신 장관들이 국정보다 내년 4월 총선 출마에 더 관심을 갖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부정적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정치인 특유의 추진력으로 개혁을 이끌기보다 오히려 표를 잃을까봐 개혁에 미적거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관가에선 일부 정치인 출신 장관이 내년 총선에 몸이 달아 지역구 챙기는 데 급급해 “장관은 자리에 없고, 장관 일을 챙기는 차관들만 바쁘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내년 총선에 출마하려면 공직선거법에 따라 늦어도 내년 1월 14일 전에 장관직을 사퇴해야 한다. 남은 임기는 5개월 남짓. 박 대통령은 이 기간 한눈팔지 말고 정책성과를 내라고 거듭 주문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를 “경제 체질을 바꾸고 구조 개혁을 추진할 적기”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자신의 남은 임기 중 전국 단위 선거가 없는 유일한 해이기 때문이다. 내년 총선 이후 정치권의 모든 관심은 내후년 대선에 맞춰질 게 자명하다. 정치 일정에 정책 동력이 묻힐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만큼 장관들이 전방위로 뛰며 국민과 국회를 설득하고 구조적 문제를 해결해야 하지만 실제 상황은 거꾸로다. 정치인 출신 장관들의 조기 복귀설이 공공연히 나오면서 관가에선 개각 전망이 무성하다. 부처의 업무 집중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박 대통령이 잇달아 공개적으로 ‘레드카드’를 꺼낸 이유다.
박 대통령의 잇단 경고에 정치인 출신 장관들은 일제히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며 몸을 낮췄다. 현재 내각에 있는 정치인 출신 장관은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유일호 국토교통부,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 등 5명이다. 박 대통령의 경고장을 받은 이들은 일제히 내년 총선 출마에 대한 언급을 피했다. 최 부총리는 이날 동아일보 기자에게 “지금은 경제가 엄중한 상황으로 다른 생각을 할 겨를이 없고 경제 살리기에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황 부총리도 “장관직을 다하는 순간까지 교육 현안에만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친정체제’ 구축을 통해 개혁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려 했던 박 대통령의 기대에 이들이 남은 5개월여간 어떤 성과로 화답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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