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구 민원 챙기느라… 청년일자리 예산부터 깎은 국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2일 03시 00분


추경 청년인턴 예산 36억 등 삭감
수출기업 지원금 250억 깎고 지방하천 정비는 105억 늘려
“SOC예산 편성” vs “법인세 인상” 여야 기싸움 팽팽… 22일 재협상
처리 지연땐 추경효과 반감 우려

추경심사 “땀나네” 2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조정소위에서 김재경 예결위원장(가운데)이 땀을 닦고 있다. 이번 소위는 총 11조8000억 원 규모로 제출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과 관련해 증·감액 항목과 규모를 논의하는데 야당이 대폭 삭감 방침을 밝혀 난항이 예상된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추경심사 “땀나네” 21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조정소위에서 김재경 예결위원장(가운데)이 땀을 닦고 있다. 이번 소위는 총 11조8000억 원 규모로 제출된 정부의 추가경정예산안과 관련해 증·감액 항목과 규모를 논의하는데 야당이 대폭 삭감 방침을 밝혀 난항이 예상된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여야가 잠정 합의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처리 시한(24일)을 코앞에 두고 협상이 진통을 거듭하고 있다.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와 가뭄, 수출 부진 등으로 인한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편성한 추경의 ‘골든타임’을 놓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추경을 놓고 정쟁에 가까운 줄다리기를 계속하면서도 여야는 청년일자리 확보 등 경제 살리기를 위한 예산은 삭감하면서 지역 민원성 예산을 끼워 넣는 구태를 되풀이했다. 새누리당 원유철, 새정치민주연합 이종걸 원내대표는 21일 추경안 처리를 위한 국회 본회의 일정을 조율했지만 협상은 난항을 거듭했다.

○ 지역구 예산 넣느라 일자리 예산 삭감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안조정소위원회는 추경안에 대한 사업별 감액 및 증액 심사를 22일이나 23일까지 더 진행하기로 했다. 당초 21일까지 세부 심사를 마무리지을 예정이었지만 사회간접자본(SOC) 사업 등 감액 규모가 큰 틀에서 결정되지 않으면서 세부 심사에도 영향을 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국회 상임위원회 심의를 거쳐 예결위로 넘겨진 추경안의 세부 내용을 보면 이번에도 여전히 지역구 의원들의 이해가 걸린 사업들이 새롭게 추가된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에서는 문화관광축제 지원 예산으로 강원 원주시 드라마페스티벌 등 9개 사업에 20억 원을 추가로 증액했다. 당초 정부안에 91억 원이 반영돼 있었다. 메르스로 침체된 관광을 활성화하기 위해 반영했다지만 석연치 않은 부분이 있다. 전형적인 지역별 선심 예산이라고 할 수 있는 지방·소하천 정비 예산으로 전북 군산시 경포천 등 10개 사업 105억 원도 추가됐다.

반면 고용노동부의 ‘중소기업 청년인턴’ 지원 예산은 정부안 1809억 원에서 36억 원이 삭감됐다. 내년부터 도입될 예정인 임금피크제를 위해 정부가 기업에 지원금을 주는 ‘세대 간 상생고용’ 예산 역시 205억5000만 원에서 61억 원 삭감됐다. 세계경제 침체, 엔화 약세 등으로 부진을 겪는 수출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기획재정부의 ‘한국수출입은행 출자’ 예산은 정부안 1000억 원에서 250억 원이 깎였다.

○ 기 싸움 벌인 여야 협상

이날 여야 협상은 평행선을 달렸다. 야당은 ‘세수 펑크’에 따른 세입경정을 추경에 포함시키려면 세수 부족에 대한 근본적인 해법으로 법인세율을 인상해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여당의 SOC 사업 예산 편성 요구에 대해서도 야당이 ‘총선용’이라고 삭감을 주장하면서 삭감 규모를 놓고 기 싸움을 벌였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여야 원내대표, 수석원내부대표의 ‘2+2 회동’ 도중 기자들과 만나 “여야 간 추경안을 조속히 처리하는 데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정부가 5조6000억 원으로 편성한) 세입경정 예산을 얼마나 반영할지, SOC 예산을 어느 정도 삭감할지에 여야 간 견해차가 있다”고 전했다.

야당은 세월호 인양 비용을 포함하는 해양수산부 추경안을 통과시키려면 민간인이 주도하는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에 예산을 배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회 예결위 여당 간사인 김성태 의원은 “원내지도부 간 협상에서는 본회의 일정만 정하면 될 텐데 야당이 세부 내용까지 가이드라인을 잡으려고 하니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여야는 이날 밤늦게까지 협상을 벌였지만 SOC 예산 감액 규모에 대한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22일 오전에 다시 만나 논의하기로 했다.

홍수영 gaea@donga.com·차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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