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실장 “모인지 68일이나 됐어?”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7월 23일 03시 00분


[고위 당정청 회의]
만찬 겸한 2시간반 대화 화기애애… 첫 참석 黃총리 ‘90도 인사’ 눈길

“며칠 만에 하는 거야? (고위) 당정청(회동)이 68일 만이야?”(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

22일 오후 6시 28분 서울 종로구 국무총리 공관. 과일주스가 담긴 유리잔을 든 이 비서실장이 연신 주변 사람들에게 말을 건넸다. ‘성완종 리스트’에 이름이 오른 뒤 활동이 위축된 것 아니냐는 평가를 받던 이 비서실장이었다. 실제로 5월 15일 공무원연금 개혁 논의가 막바지로 치닫던 당시 심야 긴급 고위 당정청 회의가 열린 뒤 이 모임은 유명무실했다.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가 합의한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행사한 뒤 당과 청와대는 아예 말을 섞지도 않는 분위기였다.

새누리당과 정부, 청와대에서 4명씩 총 12명이 참석한 이날 2차 고위 당정청 회의는 박근혜 정부 집권 후반기를 이끌어 갈 핵심 엘리트의 만남이었다. 당정청의 균열을 정비하는 의기투합의 자리라는 성격도 띠었다.

3월 6일 ‘3+3+3’ 형식으로 열렸던 1차 고위 당정청 회의에 참석했던 9명 중 4명이 교체된 만큼 새로운 바람도 불었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현기환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 새누리당 김정훈 정책위의장이 처음으로 자리를 같이했다. 당시 정책위의장이었던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번엔 새 원내사령탑 자격으로 참석했다. 1차 회의에는 없었던 안종범 경제수석비서관, 추경호 국무조정실장, 최근 새로 임명된 새누리당 황진하 사무총장도 가세했다.

두 달 만에 한자리에 모인 여권 핵심인사들은 담소를 나누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회의 시작 5분 전 원 원내대표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도착하자 황 총리는 “반갑습니다”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막역한 사이인 이 비서실장에게 다가가 “얼굴이 많이 안 좋으시네”라며 위로의 말을 건네기도 했다.

참석자들이 모두 모이자 회의 주재자인 김 대표가 모두발언을 시작했다. 다음 발언 순서를 넘겨받은 황 총리는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90도’로 굽히며 인사를 해 눈길을 끌었다. 황 총리가 발언하던 중 원 원내대표와 김 정책위의장, 현 정무수석에게 재차 취임 축하인사를 건네자 김 대표가 “황진하 사무총장도 있다”고 해 좌중에 웃음이 터지기도 했다.

회의는 한식 메뉴로 이뤄진 저녁식사를 겸해 오후 9시쯤까지 이뤄졌다. 당초 두 시간으로 예정됐던 회의시간이 다소 길어진 것. 술은 한 방울도 마시지 않았다고 한다. 원 원내대표는 회의를 마친 뒤 국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옛날엔 (당정청 회동을 하며) 식사를 안 했는데 (이번엔) 아무래도 식사하면서 자연스럽게 할 얘기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김 정책위의장도 회의 후 기자회견에서 “아주 분위기가 화기애애하게 회의를 마무리했다”고 전했다.

홍정수 기자 hong@donga.com
#이병기#총리#만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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