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개월 만에 가진 대통령-새누리당 회동에서 나온 유일한 결과가 재벌 특별사면입니다. 재벌 민원 처리용 회동으로 불릴 만합니다. 경제 활성화라니, 한결같이 경제 질서 어지럽히고 기업에 큰 피해 준 범죄 사유입니다.”
정의당의 새 당대표로 선출된 심상정 의원이 트위터에 올린 글이다. 특별사면과 정의는 양립하기 어려운 단어다. 특별사면은 법원이 결정한 사법 정의를 대통령이 임의로 뒤집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통 큰 사면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경제 활성화와 국민 대통합. 사면을 위한 명분은 언제나 정해져 있다.
특히 이번엔 경제인 사면이 큰 이슈가 됐다. 대선 공약을 통해 “기업 지배주주나 경영자의 중대 범죄에 대한 사면권 행사를 제한해야 한다”고 강조했던 박 대통령이 경제 활성화를 빌미로 재벌가에 사면을 단행하려고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트위터는 이미 기업인 사면에 대한 비판적 여론으로 가득하다.
“8·15 특사로 거론되고 있다는 재벌 총수들, SK그룹 최태원 회장, CJ그룹 이재현 회장,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 이분들 풀려나면 경제 살아난다는군요. 이분들 풀려나면 국민통합 된다는군요. ㅋㅋㅋ” @yoji****의 이 트윗은 200여 회 리트윗됐다. 최근엔 정봉주, 이상득 전 의원 등 여야 정치인 사면도 수면 위로 떠오른다. 논쟁은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7월 8일부터 22일까지 2주일 동안 트위터, 블로그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광복절 특사(특사, 특별사면, 광복절 사면)’를 언급한 글은 1만3776건이다. 국민적 관심에 비추어 볼 때 많은 수치는 아니다. 대통령이 직접 사면을 언급한 다음 날인 14일에 3937건으로 가장 많았다. 최근엔 국가정보원 불법사찰 의혹 사건이 타임라인을 완전히 장악하면서 광복절 사면 이슈가 뒤로 밀리는 양상을 보였다. 나아가 ‘사면’이라는 키워드는 어뷰징으로부터 자유롭지 않았다. ‘핸드폰을 사면…’ 등 물건과 관련된 ‘사면’이 많이 나와 검색어에서 제외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실제 언급량은 앞서 말한 것보다 더 많을 수 있다는 뜻이다.
광복절 특사와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의 압도적 1위는 박근혜 대통령이었고, 2위가 국민, 3위가 경제였다. 박 대통령이 국민 대통합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광복절 특별사면을 지시했다는 내용이 반영된 결과다. 4위는 성완종이 차지했는데, 성완종 리스트로 궁지에 몰린 청와대가 노무현 대통령의 사면 문제를 전면에 들고 나왔던 사실이 다시 거론됐다.
“박 대통령, 광복절 특별사면 지시. 검찰이 ‘노건평이 특별사면 대가로 돈을 받은 것으로 추정’하는 나라 국민이라면, ‘특별사면 대가로 돈을 받을 사람이 있을 것으로 추정’하는 게 도리겠죠?”라는 @hist*****의 트윗은 500여 회나 퍼져나갔다.
5, 6, 7위에는 경제인, 기업인, 재벌 총수가 올라 이번 광복절 사면이 재벌 총수들을 풀어주기 위한 것이라는 비판이 많이 제기됐다.
하지만 기업인 사면이 비단 이번에만 거론된 것은 아니다. 뉴스타파가 보도한 ‘기업인 특별사면, 어느 정부가 제일 많았나’라는 특집기사도 링크를 타고 많이 전파되었다. 법무부 자료를 토대로 작성된 이 기사에 따르면 기업인 특별사면은 노무현 정부 때 121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명박 정부 때도 107명의 기업인 특사가 진행됐다. 박근혜 정부의 특사 범위와 규모, 대상이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전체 연관어 8, 9, 10위에는 대상, 광복절, 대선이 차례로 올랐다.
작가 박완서의 산문 ‘두부’가 특별사면과 관련해 SNS에서 많이 인용됐다.
“그건 권력의 상층부에서 자기들끼리 하는 흥정의 혐의가 짙은 용서지 국민으로부터 얻어낸 용서는 아니다.”
박완서는 이 글에서 1997년 김대중 대통령의 전두환 사면에 매우 불편한 심기를 표현하고 있다.
“그를 좀 더 쓸쓸하고 외롭게 출옥하게 할 수는 없었을까. 문기둥 뒤에 오롯이 모여 있던 가족과 이웃들이 그를 눈물로 반기며 두부를 먹일 수는 없었을까. 내가 정말로 보고 싶었던 것은 한 모의 두부를 향해 고개 숙인 그였다.”
사면은 헌법 79조에 보장된 대통령의 고유권한이다. 다만 특별사면이 정치, 경제적 특권층을 위한 당연한 잔치가 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국민의 법감정을 무력화하는 것은 법치주의 자체에 대한 위험한 도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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