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국회’ 오명 이번엔 벗을까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1일 03시 00분


금품수수 혐의 野 박기춘의원 체포동의안 국회 제출

아파트 분양대행업체로부터 3억5000만 원대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는 새정치민주연합 박기춘 의원의 체포동의안이 10일 국회에 제출됐다. 하지만 여야가 처리 일정을 정하지 못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 구태를 되풀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조원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새정치연합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에게 13일 체포동의안을 처리할 ‘원 포인트’ 본회의를 열자고 요구했다. 체포동의안 접수 후 첫 국회 본회의(11일 오후 3시)에 이를 보고하고 이때부터 24∼72시간 내(12∼14일)에 표결 처리하도록 한 국회법에 따른 것이다. 기한 내 표결이 이뤄지지 않으면 체포동의안은 자동 폐기된다. 이럴 경우 박 의원은 8월 임시국회(31일까지)와 정기국회(9월 1일∼12월 9일)까지 불체포특권을 누릴 수 있다. 19대 국회 들어 체포동의안이 제출된 건 이번이 10번째이며 가결된 건 3번에 그쳤다.

조 원내수석은 회동에서 “야당이 ‘방탄 국회’를 할 명분이 있느냐”며 “여론의 역풍을 어떻게 책임지려고 하는 것이냐”고 압박했다. 하지만 이 원내수석은 “11일 본회의에서 보고받은 뒤 얘기하자”며 확답을 피했다. 그러면서 회동 직후 “국민 눈높이에 맞춰 원칙대로, 당내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심과 당심(黨心)의 온도 차가 크다는 얘기다.

실제 새정치연합 내 기류는 복잡해 보인다. 문재인 대표가 “당이 방탄 역할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지만 일각에서는 동정론도 나오고 있다. 이날 박 의원이 탈당과 내년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몸을 더욱 낮췄기 때문이다. 새정치연합 박수현 원내대변인은 “박 의원이 자기 혐의를 대부분 인정했고 증거 인멸이나 도주 우려가 없기에 체포영장 발부까지는 무리하다는 게 의원들 생각”이라고 밝혔다. 새누리당의 한 당직자는 “친노(친노무현)-비노(비노무현) 진영 간에 온도 차가 있더라”고 전했다. 박 의원은 비노 진영에 속하는 박지원계로 꼽힌다.

한편 박 의원은 분양대행업자로부터 시가 3120만 원 상당의 ‘해리윈스턴’ 시계 등 해외 고가 브랜드 시계와 명품 가방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검찰은 서울중앙지법 형사18단독 이기리 판사 심리로 진행된 박 의원 측근 정모 씨(50·전 경기도의원)의 증거은닉 혐의 재판에서 박 의원의 구체적인 금품수수 내용을 밝혔다.

검찰은 박 의원이 분양대행업체 I사 대표 김모 씨(44·구속)로부터 고가의 시계 2점과 1800만 원 상당의 안마의자를 받았고, 박 의원의 아들은 시가 3191만 원 상당의 ‘위블로’ 등 시계 6점을, 박 의원 부인은 시가 500만 원 상당의 한정판 ‘루이뷔통’ 가방 2개를 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박 의원은 해리윈스턴 시계를 받은 사실만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홍수영 gaea@donga.com·황형준·조건희 기자
#국회#오명#금품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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