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한광옥]국민대통합으로 남북통일 이루자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

1968년 12월 과학 전문잡지 ‘사이언스’에 실렸던 개릿 하딘의 논문에는 ‘공유지의 비극(Tragedy of the Commons)’이라는 일화가 소개되었다. 영국의 어느 마을 한가운데에 누구나 소를 몰고 와서 먹일 수 있는 무성한 목초지가 있었다. 이 목초지는 공유지였기 때문에 누구나 제한 없이 먹이를 먹일 수 있었다. 하지만 풀이 다시 자라날 수 있도록 한꺼번에 먹이는 소의 수를 제한해야 했지만 농부들은 목초지가 망가지기 전에 자신의 소 떼를 먹이려고 많은 소들을 몰고 와 결국 목초지는 벌거숭이가 되고 말았다는 이야기이다. 하딘은 ‘공유지의 비극’에서 개인주의적 사리사욕은 결국 공동체 전체를 파국으로 몰고 간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즉, 상생의 중요성을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이다.

1998년 우리나라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를 겪을 당시에 나는 초대 노사정위원장을 맡고 노사정 대타협, 즉 한국 역사상 최초로 근대적 의미의 ‘사회협약’을 이끌어내 국난을 극복했다. 이때 노사정 대타협을 이끌어낼 수 있었던 힘의 원천은 노사정 3자의 ‘상생의 정신’이었다. 즉, ‘국가가 부도나면 회사도 부도나고 결국 노동자도 망한다’는 인식으로 고통을 서로 분담했기 때문이다.

우리에게는 상생을 위한 통합의 역사는 많다. 일제강점기 치하인 1907년에 있었던 ‘국채 보상운동’에서부터 1970년대의 ‘새마을운동’이 그 사례이다. 또한 1998년 외환위기 상황에서 전 국민이 참여했던 ‘금 모으기 운동’과 2002년 월드컵 4강 신화를 일구어낸 서울광장에서 연인원 2200만 명이 운집한 ‘응원전’, 그리고 2007년 태안 앞바다 기름 유출에서 보여준 ‘자원봉사’와 같이 국민이 자발적으로 신속하게 통합의 역량을 발휘하여 어려움을 극복한 사례는 많았다. 이처럼 우리 민족은 어려울 때는 하나가 되어 그 시련에 도전과 응전을 통해 역사를 발전시켜 왔으며 위기를 기회로 반전시켜 온 위대한 민족이다.

1950년대 6·25전쟁으로 피폐화된 우리나라를 둘러본 어느 영국 언론인은 “한국에서 민주주의를 기대하는 것은 쓰레기통에서 장미가 피길 바라는 것과 같다”며 우리 국민의 역량을 폄하했다. 당시 우리나라를 취재했던 세계 언론사 특파원들이 자국으로 보내는 기사에 결코 빠뜨리지 않았던 문장은 ‘이 나라엔 희망이 없다’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우리는 일어섰다. 일제의 가혹한 식민지배와 6·25전쟁으로 인한 폐허를 딛고 건국 60여 년 만에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루어냈다. 지금 세계인들은 한국에서 만든 가전제품과 휴대전화, 자동차와 선박을 이용하고 있고 ‘Korea’는 언제부터인가 전 세계 저개발 국가들이 닮고 싶은 모델이 되었다.

변변한 자원 하나 없던 우리나라는 ‘부지런함과 할 수 있다는 도전정신, 그리고 내일을 위해 오늘을 준비하고 희생하는 정신’으로 일어선 것이다. 이제 대한민국은 경제 규모 12위, 무역 8위의 경제 강국으로 우뚝 서게 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문화 한류와 종합 스포츠 강국으로도 이름을 빛내고 있다.

1945년 광복 이후 원조를 받던 우리나라가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원조 선진국’으로 탈바꿈했고 유엔 분담금을 세계에서 13번째로 많이 부담하는 국가가 되었으며 두 차례나 금융위기에 처했지만 모두 빠른 시일에 극복한 저력을 가지고 있다.

또 우리 동포의 세계 진출도 날로 증가하고 있다. 2014년 현재 170개국 주요 도시에 700만 명이 진출하여 각계각층에서 이름을 빛내고 있어 한국인의 이미지와 위상은 날로 높아지고 있다. 참으로 자랑스럽고 위대한 민족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이처럼 위대한 우리 민족에게 아직도 이루지 못한 미완의 꿈이 있다. 그것은 바로 남북통일이다.

올해로 ‘조국광복 70주년, 분단 70주년’을 맞이했다. 온 겨레가 ‘조국광복’이라는 더 없는 기쁨과 동시에 ‘조국분단’이라는 고통을 안은 지 70년이 되는 해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70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분단을 극복하지 못하고 오늘날 지구상에서 유일하게 남은 분단국이라는 아픔을 안고 있다.

광복 70주년을 맞이하는 지금이야말로 우리는 다시 한번 국민대통합을 이루어 분단을 극복하고 통일을 실현하기 위해 온 국민이 힘과 지혜를 모아나가야 할 때다. 국가가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우리는 국민통합을 이루어 국난을 극복해왔듯이 이제 70년 분단의 역사를 마감하고 진정한 광복인 통일된 대한민국을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한다. 위대한 우리 민족은 남북통일의 미완의 꿈을 반드시 이루어낼 것이라고 믿는다. 그래서 나는 지금 ‘조국광복 70주년, 분단 70년’의 역사 앞에서 평화롭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그려본다.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회 위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