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장관이 대통령에 직접 보고했어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3일 03시 00분


[北, DMZ 지뢰 도발]
국방위서 군당국-부처 엇박자 질타

백선엽 장군, 부상장병 위문 6·25전쟁 영웅인 백선엽 예비역 대장(왼쪽)이 12일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을 방문해 경기 파주시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북한의 지뢰 도발로 부상한 하모 하사의 손을 잡고 위로하고 있다. 육군 제공
백선엽 장군, 부상장병 위문 6·25전쟁 영웅인 백선엽 예비역 대장(왼쪽)이 12일 경기 성남시 분당서울대병원을 방문해 경기 파주시 비무장지대(DMZ) 내에서 북한의 지뢰 도발로 부상한 하모 하사의 손을 잡고 위로하고 있다. 육군 제공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과 관련한 정부의 대응을 두고 12일 국회와 청와대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여야는 이날 국방위원회를 열어 안보 컨트롤타워가 제대로 작동을 못했다고 한목소리로 질타했다. 지뢰 도발 사건이 터지자 북한 소행 가능성이 제기됐는데도 다음 날에 통일부는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는 등 외교안보 부처가 오락가락 행보를 보였다는 것이다. 청와대는 즉각 “사실관계가 잘못됐다”며 조목조목 반박했다.

○ “아군 중상 입었는데 회담 제안… 정신 나갔나”

“청와대의 NSC(국가안전보장회의) 사람들은 뭐 하는 사람들이길래 4일 도발 가능성이 큰 걸 알았는데 NSC는 8일에 열렸나. 보복 시점도 다 놓쳤다.”

새누리당 유승민 전 원내대표는 작심한 듯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 라인을 질타했다. 유 전 원내대표는 이어 “북한 도발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는데 우리 통일부 장관이라는 사람은 그 다음 날 (남북 고위급) 회담을 제안하나. 정신 나간 것 아니냐”고 따졌다. 또 “합참이 혹독한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했는데 확성기 방송 재개가 전부인가”라고 쏘아붙였다. 웬만한 야당 의원의 질의보다 더 날이 서 있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백군기 의원은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대통령과 통화 한 번 했어야 하는 게 아닌가. 이러니까 안보 통일 컨트롤타워가 무너졌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한 장관은 “내가 전화를 하지 않았다”면서도 “NSC를 통해 수시로 대통령께 보고했다”고 해명했다.

한 장관이 “휴전 이후 3040차례 북한의 도발이 있었다”고 하자 새누리당 김성찬 의원은 “도발할 때마다 전부 허언을 했거나 강력한 피해가 온다는 인식을 (북한에) 주지 못해 저렇게 뻔뻔한 것”이라며 군 당국의 강력한 대응을 주문했다. 한 장관은 특히 김정은의 지시 여부에 대해 “그러한 지시에 의해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국방부는 11년 만에 재개한 대북 확성기 방송을 이번 주 안에 모든 전선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국방위는 이날 북한의 지뢰 도발을 규탄하는 내용의 결의안을 채택했다.

○ “북한 도발이란 최종 결론은 8일에 나와… 엇박자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 보고 여부가 논란이 되자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대통령에게 모두 4차례 보고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최초 보고는 사건 발생 2시간 20분 뒤에 ‘미상(분명하지 않은 상태)의 폭발물 폭발’로 이뤄졌고, 북한군의 목함지뢰일 가능성이 있다는 보고는 하루 뒤인 5일 오후 김관진 국가안보실장을 통해 보고됐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5일 오후 두 번째 보고 때도 유실에 의한 것인지 의도적인 매설에 의한 것인지는 파악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박 대통령이 경원선 남측구간 복원 기공식에 참석하고 통일부가 북한에 회담을 제안한 5일 오전에는 ‘미상의 폭발물’ 정도로만 알았다는 얘기다. 외교안보 부처의 ‘엇박자’를 지적한 유 전 원내대표 등의 질의를 반박한 것이다.

이 관계자는 “6, 7일 이틀간 합동 정밀조사를 벌인 뒤 8일에야 최종적으로 북한의 지뢰 매설에 의한 도발이란 결론이 나왔다”면서 “최종 결론이 나오자마자 NSC를 열어 대응 방안을 논의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방부가 발표했던 10일 오전 박 대통령이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북한 도발을 비판하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공식 발표가 예정돼 있어서 미리 언급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청와대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 늑장 대응 논란을 반면교사로 삼아 이번에 선제적으로 대응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박민혁 mhpark@donga.com·강경석 기자
#국방장관#대통령#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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