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임없이 무력시위 하지만 인명살상 노린적 없는 김정은
왜 지뢰도발 감행했을까
병진정책 좌절감과 완수 의지… 동시에 보여주려 한 것일까
불같은 어린 지도자의 좌절감… 또 다른 전쟁 일으킬 변수 될수도
세계가 주목해서 지켜봐야
이달 초 북한이 매설한 지뢰를 밟아 발목과 다리가 절단된 한국군 병사들은 5년 전인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 사건 이후 처음으로 북한의 무력 사용에 희생된 부상자다. 2011년 12월 아버지 김정일이 사망한 후 김정은은 무력 사용을 군사 시위와 사이버 전투에 국한했다.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실험이 있었지만 우리가 아는 한 고의적으로 남한 사람을 조준한 적은 없었다.
하지만 김정은은 그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행위에 대해서는 폭력을 아끼지 않았다. 2년 전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해 김씨 왕조다운 무자비성을 암시했다. 그는 최영건 내각 부총리와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등 고위층 인사 15명을 비롯해 올해만 70여 명의 공직자를 처형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이 집권 후 북한 내에서 행사한 극단적인 폭력의 주된 이유는 자신에 대한 불경(不敬)으로 모아지고 있다. 김정은의 입장에서 상상해보라. 지도자 가문에 태어나 어린 나이에 지존의 자리에 오른 왕자님은 그동안은 뭐든 원하는 것을 얻었지만 지금은 자신의 명령이 종종 완수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했을 것이다.
반면 핵개발과 경제 발전을 동시에 이뤄내겠다는 병진정책의 추진 상황을 김정은에게 보고해야 하는 북한 당국자들은 어떨까. 추정컨대 최근 자라 농장을 시찰한 김정은의 사진에서처럼 당국자들은 식용 거북이 기업을 자신의 자존심에 맞는 로브스터 가게와 같은 것으로 바꾸지 못하는 하급자에게 불같은 좌절감을 드러내는 지도자의 모습을 보았을 것이다.
불경죄라는 것은, 아마 김정은에게 북한 체제의 실상을 숨기기 위해 (충성스러운 부하들이) 비밀리에 만들어낸 것일지도 모른다. 독자적인 표준시는 만들 수 있지만 제대로 된 로브스터 가게와 미사일은 만들 수 없는 상황이 얼마나 암담했을까.
북한은 분명 지구상의 모든 지뢰를 모은 것보다 더 위험한 거짓말이라는 지뢰밭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김정은이 느끼는 좌절을 전 세계가 주목해서 봐야 한다는 점이다. 김정은이 느끼는 좌절은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상황에서 또 다른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결정적 변수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달 초 북한 외무상은 2차 한국전쟁과 핵 재앙의 가능성을 경고했고 올해 10월에는 새로운 장거리 미사일을 발사할 가능성까지 암시했다.
그렇다면 김정은은 이번 지뢰 도발 사건을 통해 병진정책에 대한 그의 좌절과 언젠가는 이뤄내겠다는 그의 결연한 의지를 동시에 보여주려 한 것일까. 지금까지 봤을 때 병진정책의 성공 가능성은, 그리 불가능한 것만도 아니다.
적어도 북한 경제 규모는 워낙 작은 만큼 조금만 사정이 나아져도 경제적으로 이전보다 성장했다고 주장할 수 있다. 한국은행의 추정에 따르면 2011년 이후 지난해까지 북한 경제는 매년 1%가량 성장했다. 2014년에는 교역 규모는 76억 달러 정도로 추정되지만, 드러난 경제 규모 이상으로 북한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암시장 등 지하경제 규모는 빠져 있다.
한편 북한의 핵 프로그램은 앞을 향해 전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개발 중인 대륙간 탄도미사일과 결합된 전술핵무기는 만일 한반도에서 전쟁이나 국지전이 발생했을 때 미국 등이 개입할 경우 얼마나 많은 희생과 비용을 치르게 될지 보여주는 데는 성공적이다.
만일 그들의 전략이 병진노선이거나 김정은의 권위를 높이는 것이라면, 왜 지뢰를 비무장지대(DMZ)에 심어 자신들의 전략을 위험에 빠뜨린 것일까. 이에 따른 한국과 미국의 보복 위험은 그들의 보다 큰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시간을 버는 것보다 더 나쁜 것이 아닌가.
추정컨대 김정은은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운 정도의 국지적 공격을 통해 한국의 도발 대응 계획을 비켜 갈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거짓으로 가득 찬 북한이어서 우리는 진실을 알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우리가 준비해야 하는 것은 김정은이 자기 자신의 지뢰 위에 올라서서 한반도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촉발하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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