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中전승절 열병식 참석 안한다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4일 03시 00분


전승절 맞춰 訪中은 예정대로 하되 한미동맹 고려, 군대열병식은 불참
아베도 9월 6일경 중국 방문 유력

박근혜 대통령이 다음 달 3일 중국에서 열리는 항일 전승기념절 열병식에 불참하는 쪽으로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의 외교 소식통은 13일 “박 대통령이 전승절에 맞춰 중국은 방문하되 열병식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같은 결정은 미국과 동맹을 맺고 있는 한국이 대규모 무력시위 성격의 중국 인민해방군 열병식에 참석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박 대통령의 베이징(北京) 방문은 2013년 6월 국빈방문 이후 두 번째다. 청와대는 방중 일정을 다음 주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도 다음 달 중국 방문을 추진 중이라고 또 다른 소식통이 밝혔다. 아베 총리의 방중 일자는 6일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진다. ‘항일 승전’이라는 행사의 성격상 전승절에는 참석하지 못하지만 일본 총리가 직접 중국을 방문해 양국 관계를 격상시킨다는 구상이다. 박 대통령의 방중 결정에는 아베 총리의 일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와 올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두 차례 약식 만남을 가진 아베 총리가 이번에 방중하면 정식 정상회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중일 관계가 급진전하면 한국만 외교적으로 소외되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선제적인 방중으로 관계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중국은 전승절 행사에 50여 명의 각국 정상을 초청했는데 지금까지 참석이 확정된 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차히아긴 엘베그도르지 몽골 대통령 2명 정도다. 그만큼 박 대통령의 참석이 갖는 의미가 각별하다.

미국은 지난달까지 한국에 ‘중국 방문 재고’를 당부하는 의사를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항일(抗日)’을 강조하는 전승절 행사에 한국 대통령이 참석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는 논리로 토니 블링컨 미 국무부 부장관이 직접 나섰다. 하지만 정부는 “이미 중국에 통보가 된 상태로 번복하기 어렵다”고 설명하며 미국에 양해를 구했다.

최근 ‘미국이 한국에 전승절 불참 압력을 넣었다’는 일본 언론 보도에 한미 양국이 “사실무근”이라고 자신 있게 밝힌 것도 이 같은 상황에 바탕을 두고 있다. 10월 16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을 앞두고도 박 대통령이 중국행을 강행할 수 있는 것 역시 ‘방중은 예정대로, 열병식은 불참’이라는 투 트랙 논리가 설득력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다음 달 유엔 총회에서 오바마 대통령, 시 주석, 아베 총리 등 각국 정상이 한자리에 모이는 국제 행사를 앞두고 한국으로서 절충점을 찾아낸 셈이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 도쿄=배극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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