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시나 담화… 한국 “韓中日 2015년내 정상회의는 계속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5일 03시 00분


[광복 70년]진심 없는 아베 담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담화에 매달리지 않고 한국은 제 갈 길을 가겠다.’

정부는 아베 총리의 담화가 나오기 전부터 한국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담화에 거는 기대감을 꾸준히 줄여왔다. ‘식민 지배’ ‘침략’ ‘반성’ ‘사죄’ 등의 구체적인 용어가 담기지 않을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일본 총리실이 외무성 등 실무 부처를 배제하고 직접 담화 준비 과정을 총지휘하며 막판까지 한국에 그 내용을 비밀로 유지한 태도가 이런 방향에 힘을 실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아베 담화가 발표되기 전인 14일 오전 “아베 담화가 설사 최악으로 나온다 해도 일본의 새로운 도발로 보기도 어려운 것 아니냐. 담화가 나오면 그것에 맞게 냉정하게 평가하면 된다”고 말한 내용에 정부의 상황 인식이 녹아 있다. 더구나 한국이 담화에 발이 묶여 일본에 토라져 있거나 한일관계에 손을 놓고 있기에는 하반기 국제정세의 상황 전개도 심상치 않다.

○ 기민한 일본과 북한 도발 가능성

일본은 하반기 중일 정상회담을 통해 양국 관계를 급상승시키겠다는 구상을 내비쳤다. 이를 위해 9월 아베 총리가 중국을 방문하는 계획도 추진 중이다. 그동안 한국이 일본에 대립각을 세울 수 있었던 건 불편한 중일 관계가 든든한 배경 역할을 해줬기 때문이기도 하다. 하지만 중국이 일본과 가까워지는 순간 한국은 외톨이가 되고 외교적 운신의 폭도 크게 좁아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미 악화된 남북관계에서 북한이 도발에 나설 가능성에도 대비할 필요가 있다. 북한이 10월 10일(당 창건기념일)을 전후해 장거리 로켓 발사 등 도발을 하면 주변국과의 공조가 필요하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채택 등 주요 국면에 중국, 러시아보다 더 큰 도움을 기대할 수 있는 곳이 일본이다. 10월 16일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양국 및 한미일 3자 공조의 중요성을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이 의장국인 한중일 3국 정상회의에 대해 정부가 “연내 개최를 강행하겠다”는 뜻을 보이는 것 역시 이런 상황 인식을 깔고 있다. 연례로 열리던 정상회의는 일본의 과거사 도발과 역사 수정주의 때문에 2012년을 마지막으로 중단된 상태다. 중일이 서로 반목하고 있다면 굳이 한국이 양국을 끌어당겨 3국 정상회의까지 할 필요가 없지만 중일이 서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면 한국은 그 관계 변화의 기류에 올라타야 한다. 올해 3국 정상회의가 성사되면 의장국 역할을 일본에 넘겨줘야 한다는 것이 딜레마이긴 하지만 의장국 지위를 활용해 3국을 모두 끌어안는 계기로 활용하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아베 총리, 담화 발표 이후 후속 조치도 관심

아베 총리가 14일 종전 70주년 담화를 발표한 이후 한국을 상대로 어떤 후속 조치를 취할 것인지에도 관심이 집중된다. 한일 관계를 악화시키는 행보를 이어갈지, 아니면 담화 이후로는 관계 개선을 위한 전환적인 모습을 나타낼지 아직은 불투명하다.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은 14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에게 전화를 걸어 담화의 취지 등을 설명했으나 아베 총리 차원의 움직임은 없었다.

무라야마 도미이치(村山富市) 전 총리는 1995년 종전 50주년 담화를 낸 당일(8월 15일) 김영삼 당시 대통령에게 친서를 보내 ‘과거 반성’ 의지를 재확인하고 “한국과 일본이 우호협력관계를 더욱 발전시켜 나갈 것을 마음으로부터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간 나오토(菅直人) 전 총리도 ‘강제병합 100년 담화’를 낸 2010년 8월 10일 이명박 당시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반성할 것은 반성하면서 미래를 보겠다”고 다짐했다.

주한 일본대사관은 이날 담화 발표 직후 “총리 담화에서 밝힌 ‘명예와 존엄성에 상처를 입은 여성’에는 (일본군) 위안부가 포함된다”며 “그동안 일본 정부는 고노 담화 재검토는 생각하고 있지 않다고 말해 왔다”고 설명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담화#한국#정상회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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