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비공개로 열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회의에서 나온 낯 뜨거운 설전의 일부 내용이다. 동아일보가 14일 확인한 정개특위 공직선거법심사소위원회 회의록에 따르면 여야 의원들은 공천 제도인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참여경선)’와 선거 제도인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 여부를 놓고 신경전만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 선거구획정위가 요청한 내년 4월 총선의 선거구 획정 기준 시한(13일)을 코앞에 앞두고 공방만 벌인 정개특위의 ‘부끄러운 민낯’이었다.
회의 당시 새누리당 경 의원은 지역 유권자들의 분위기를 전하며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비율을) 2 대 1로 늘리자는 것은 국민이 받아들이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고 발언했다. 이에 새정치연합 김 의원은 “지금 비례대표 의원들이 그런(비리) 과정을 했다는 오해를 받을 수가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얘기를 했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경 의원은 즉각 “제도(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을 국민이 받아들이느냐, 안 받아들이느냐의 차원이지 비례대표들을 모욕하자고 한 말이 전혀 아니다”고 반박했다. 결국 심사소위원장인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중재한 뒤에야 일단락됐다.
현재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이 주장하는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에 반대하고 있다. 우선 여당은 기본적으로 현행 의원 정수 300명을 유지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의석수가 늘어나는 이 제도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또 현실적으로 제도가 도입되면 군소 정당들이 출현하는 다당제가 되기 때문에 국회 및 국정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다만 선거구 인구 편차를 2 대 1로 조정하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에 따라 지역구 의석수(현행 246석)가 늘어날 경우 그만큼 비례대표(현행 54석) 의석수를 줄여야 한다는 게 새누리당의 생각이다.
새누리당 김회선 의원은 비공개 회의 당시 “19대 총선 결과를 시뮬레이션하면 결국 다당제로 가는 결과가 나온다”며 “대통령제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가 과연 지역주의 완화라는 목적을 달성할 수 있겠느냐”고 반대 입장을 밝혔다.
반면 새정치연합은 “다원화 다양화된 사회에서 다당제는 피할 수 없으므로 비례대표 의석수를 확대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특히 지역주의를 완화하고 수도권에 비해 인구가 적은 비수도권의 지역 대표성을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권역별 비례대표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새정치연합 박범계 의원은 “비례대표제는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정당으로 흡수하는 다당제를 지향한다”며 “비례대표 의석을 유지하거나 늘리는 가장 적절한 방법은 권역별 비례대표제”라고 주장했다. 박 의원은 지역구가 늘면 비례대표를 축소해야 한다는 새누리당의 주장을 두고도 “다양성과 소수자 보호 문제 등을 완전히 무시하는 반(反)헌법적, 반개혁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여부를 놓고도 여야의 입장은 극과 극이었다.
새누리당 여상규 의원은 “여성과 정치 신인에게는 가점을 줘서 납득할 만한 공정성을 유지하게 되면 충분히 (도입이) 가능한 제도”라며 오픈프라이머리의 장점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천권으로 장사를 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국민도 (당 대표 등의) 특권 포기 차원에서 공천권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정치연합은 오픈프라이머리가 제 기능을 못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상희 의원은 “정당이 후보를 추천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역할을 국민에게 맡기는 꼴”이라며 “절대적으로 현역 정치인한테 유리한 제도를 (법률로) 강제하겠다는 건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태년 의원도 “(오픈프라이머리를) 가장 민주적이고 공정하며 투명한 제도라고 보지 않는다”고 거들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 같은 공방을 두고 여야 모두 선거구 획정 기준 마련보다 당 차원의 손익 계산만 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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