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러와 공조 北 동시압박 필요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19일 03시 00분


[실리 외교로 주도권 잡아라]
‘대화-압박’ 어정쩡 접근 피해야… 개성공단 최저임금 5%인상 합의

남북은 광복 70주년인 올해 광복절을 ‘강 대 강’의 대결로 보냈다. 북한이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에 이어 남북 당국 간 대화를 완강히 거부하고 있어 획기적인 변화의 계기가 없다면 관계 개선의 해법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 한국뿐 아니라 미국과 대립하고 중국과 냉각기를 보내는 북한이 올해 당 창건 70주년 행사(10월 10일)를 김정은 체제 결속 과시에 활용하기 위해 장거리 로켓 발사 등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적지 않다.

표준시를 30분 늦춘 북한이 18일엔 남북 간 통신의 연결 고리인 판문점 남북 연락사무소 운영마저 자기들 시간에 맞춰 업무를 시작하고 끝낼 것을 주장했다. 남북 연락 업무에도 차질이 빚어진 것이다. 남북은 전날 개성공단 북한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5% 인상하고 사회보험료에 시간외수당 격인 가급금을 포함시키기로 했다. 8∼10%(개성공단기업협회 추산) 임금 인상 효과가 있는 합의에 성공했다. 하지만 ‘돈’과 관련된 이 합의가 다른 분야의 남북 당국 간 대화로 확산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정부는 북한의 도발에도 대화 노력은 계속한다는 구상을 재차 강조하지만 대화의 동력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북 간 정공법이 어렵다면 주요 2개국(G2)인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한 전방위 외교를 통해 북한을 주변에서 조여 들어가는 외교 전략을 병행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박근혜 대통령이 미국의 우려에도 다음 달 3일 중국에서 열리는 항일 전승 기념행사 참석을 계기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것도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협력과 무관치 않다. 10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대북 대화 의지가 없는 미국과 대북 정책의 접점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남북과 러시아의 3각 대화로 우회해 북한과의 협력 지점을 찾는 노력도 필요하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북한 고위 당국자가 참석할 경우 다음 달 3∼5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열리는 제1회 동방경제포럼에 참석하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이다.

남북 양자 대화에서는 대화도 압박도 아닌 어정쩡한 모습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화로 가려면 경직된 원칙론에서 유연성을 발휘해 북한이 대화에 나올 당근을 확실히 던지거나 압박할 것이라면 북한을 실제로 아프게 해야 한다는 것. 대화 의지가 없는 북한에 거부당할 걸 예상하면서 대화를 제의하는 수준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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