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국회 기자회견장에 젊은 변호사 5명이 들어섰다. 나승철 변호사는 이들을 대표해 기자회견문을 낭독했다.
“대한민국이 ‘공정한 기회의 나라’라는 믿음을 훼손시켰다. ‘누구나 노력하면 성공할 수 있다’는 젊은이의 소박한 희망을 무너뜨렸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재벌 개혁을 통해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소속 의원은 재벌에 부탁해 딸의 일자리를 창출했다. 앞에서는 개혁, 뒤에서는 청탁. 이 모순에 대해 새정치연합 문재인 대표는 국민 앞에 사죄하고, 윤후덕 의원은 의원직을 사퇴해야 한다. 그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추구한 ‘특권 없는 세상’을 만드는 데 조금이나마 기여하는 일이다.”
이날 성명 발표에는 변호사 724명이 동참했다. 이들을 분노하게 만든 것은 ‘전화 한 통’이다. 윤 의원은 2013년 9월 자신의 딸이 LG디스플레이의 경력 변호사 채용에 지원하자 이 회사 대표에게 전화해 “딸이 지원했는데 실력이 되면 들여다봐 달라”고 말했다. 윤 의원에겐 부탁일지 몰라도 기업 처지에선 거부할 수 없는 압력이었을 것이다. 그 전화 한 통은 청년(15∼29세) 실업자 41만여 명을 또 한번 좌절시키는 ‘불합격 통지’나 다름없다.
새누리당에서도 비슷한 논란이 일고 있다. 법조인 등 572명은 김태원 의원의 아들이 정부법무공단 변호사로 ‘특혜성 취업’을 했다며 17일 법무공단을 상대로 정보 공개를 청구했다. 이들은 갑자기 자격 기준이 완화돼 김 의원의 아들이 지원할 수 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김 의원은 “청탁은 없었다”며 “조금이라도 책임질 일이 있으면 정치 생명을 걸겠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당 윤리위원회가 사실 확인에 나선 만큼 조사 결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의원들의 ‘인사 청탁’은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새누리당 이정현 의원은 인사 민원이 하도 많이 들어오자 아예 의원회관 사무실 책상에 ‘인사 청탁을 하지 않습니다’라고 붙여 놓았을 정도다. 한 대기업 임원은 의원 정수 확대가 논란이 됐을 때 기자에게 이렇게 하소연했다. “기업 입장에선 의원 한 명 한 명이 전부 민원인이다. 지금도 의원들의 각종 민원 때문에 골치가 아픈데, 악성 민원인이 더 늘어난다면 기업 하지 말란 얘기다.”
여야 정치권은 입만 열면 ‘청년 일자리 창출’을 강조한다. 내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의 승패가 달린 문제라 해도 지나치지 않다. 다만 ‘우리의 소원은 취업’인 젊은이들에겐 ‘장밋빛 취업 대책’보다 우리 사회가 공정하다는 믿음이 더 절실해 보인다. 여야 정치권이 이 사태를 엄중하게 처리해야 하는 이유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