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中日 각축속 입지 넓힐 전략 절실
朴대통령, 아베담화에 절제된 대응… 관계 개선 위해 ‘원칙→실리’ 변화
한중일 정상회의 성사가 첫 시험대
‘과감한 실리외교에 나서라.’
25일 임기 반환점을 도는 박근혜 대통령의 외교노선이 원칙 중시 외교에서 현실적인 외교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동북아 외교 지형이 요동치면서 양자 및 다자 외교의 주도권을 쥐기 위한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올해 하반기에 전개될 동북아 정상외교의 엄중함을 고려한다면 이보다 과감한 실리외교로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담화에 대해 절제된 비판을 했다. 외교가에선 박 대통령의 ‘원칙 외교’ 스타일에 비춰 보면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올해 안에 개최할 한중일 정상외교를 철저히 염두에 둔 행보인 셈이다. 한일관계 개선이 전제돼야 복잡한 동북아 정세 속에서 한국이 입지를 다지며 북핵 외교에 대한 목소리를 낼 수 있다.
올해 하반기 첫 무대는 대중(對中) 외교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9월 3일 중국의 항일 전승기념절을 앞두고 박 대통령이 참석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일본 언론은 아베 총리도 3일 전격 방중할 것이라고 보도하고 있다. 한중, 중일의 미묘한 탐색전이 이뤄지고 나면 2012년 이후 중단된 한중일 정상회의도 초읽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높다. 현재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 현실이 그 어느 때보다 냉엄하기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외교 노선의 틀을 장기적인 국익을 염두에 둔 실리외교로 집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미국 중국의 동아시아 지역 패권 경쟁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한국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고 있다. 특히 미국과 관계를 공고히 한 일본이 중국에 대한 구애에 나서면 한국만 외교적으로 고립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국은 한일관계 개선을 시작으로 중국과 미국 양국 사이에서 외교적 입지를 넓힘으로써 동북아 외교 고차방정식을 풀겠다는 전략을 구상 중이다. 한중일 정상회의 성사는 박 대통령 실리외교의 첫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은 “원칙을 강조하다 보니 대외 관계 개선에 나설 의지가 낮아 보였다”며 “실리외교가 성숙한 외교라는 것을 설득해 나가면서 과감한 외교 전략을 펼쳐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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