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자신의 9억 원 수수와 관련해 대법원의 유죄 판결에 억울해하는 것은 진실과 상관없이 가족과 주변 사람들에게 체면을 세우기 위한 태도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가 소속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들이 “신(新)공안탄압”이라고 발끈한 것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문재인 대표는 “국민 편에 서야 할 사법부가 권력과 불의의 편에 서 있다는 것을 고백한 사건”이라고 말했다. 이들은 진실을 꿰뚫어보는 신통력이라도 가졌단 말인가.
▷같은 당의 이동학 혁신위원은 다르다. 그는 “우리가 집권한다고 해도 우리 의지대로 법원의 판결을 바꿀 수는 없다. 법원 판결은 존중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은 국민들의 엄격한 눈높이가 어디에 있는지 면밀히 살펴보고 대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일반 국민이라면 대법관 13명의 판단과 한 전 총리의 주장 중 어느 쪽을 신뢰할까. 새정치연합 의원들은 일반 국민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다.
▷노동개혁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다. 새정치연합은 자신들이 거리 곳곳에 걸어 놓은 ‘아버지 봉급을 깎아 저를 채용한다고요?’라는 플래카드가 보여주듯 청년층 분노를 자극하며 임금피크제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이동학 위원은 “상위 임금자들의 월급도 중요하지만 소외된 다수 국민의 노동의 질과 기회가 훨씬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보편적 복지에 대해서도 “국민이 부담 가능한 범위와 지속 가능성을 다시 점검해 봐야 한다”고 했다. 당내 386그룹을 향해 “후배 세대들의 사다리를 걷어찼다”고 날선 비판도 날렸다.
▷1982년생인 이 위원은 21세 때 야당에 입당해 활동한 것 말고는 눈에 띄는 경력이 없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아르바이트와 노점상 등으로 청소년기를 보냈고 근근이 대학까지 마쳤다. 그럼에도 생각이 균형 잡혔고, 일반 국민에 훨씬 가깝다. 새정치연합 내 얼치기 청년대표 국회의원은 말할 것도 없고 대다수 의원들과도 다르다. 새정치연합이 33세 혁신위원보다도 세상 보는 눈이 좁아서야 어떻게 집권을 꿈꾸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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