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송평인]‘괴담 시장’ 이재명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5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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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 성남시장은 어려운 환경을 딛고 일어선 사람이다. 10대 때 성남의 한 장갑 공장에서 일하다 왼쪽 손목이 골절되는 산재 사고를 입었다. 그의 왼팔은 지금도 구부러져 있다. 공장에서 독한 화학물질을 많이 들이켜 후각도 잃었다. 고입과 대입 모두 검정고시로 통과한 뒤 중앙대 법학과에 입학했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됐다. 그의 심심치 않은 도발적 언행은 상식의 편견과 싸운 삶과도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이 시장이 최근 ‘북에서 먼저 포격? 연천군 주민들은 왜 못 들었을까’라는 제목으로 쓴 미디어오늘의 기사를 링크해 트위터에 올렸다. 북한이 정말 먼저 포탄을 쏜 것인지 의심하는 뉘앙스가 풍긴다. 그는 지난달 19일 국가정보원 해킹 프로그램과 관련해서도 자살한 국정원 직원의 유서에 대해 “아무리 봐도 유서 같지가 않다”는 글을 올렸다. 지난해 12월에는 “세월호의 실소유주는 청해진해운이 아니라 국정원”이라는 주장을 폈다.

▷의심은 그 근거가 공감을 얻지 못하면 괴담이 된다. 북이 포격에 사용해 경기 연천군 야산에 포탄이 떨어진 14.5mm 고사포는 직경이 크지 않아 쏘는 곳에서야 큰 폭발음이 나겠지만 야산에 떨어질 경우에는 ‘푹’ 하는 소리 정도가 날 뿐이다. 그것을 주민들이 듣지 못했다고 해서 포격을 의심한다는 것은 포격훈련도 한번 구경하지 못한 사람들이나 할 소리다. 의심은 진실을 찾아가기 위한 방법적 의심이어야지 의심 자체가 목표여서는 안 된다.

▷경향신문은 최근 한명숙 전 총리 유죄 확정과 관련해 대법원 판결을 정치 재판이라고 비판하는 사설을 썼다. 보수 언론은 말할 것도 없고 한겨레신문까지 대법원 판결을 인정하는 사설을 쓰자 경향신문만 ‘나 홀로’ 현실과 동떨어진 주장을 한 꼴이 돼 버렸다. 이 시장이 과거의 도식에 사로잡혀 젊은 세대에게조차 공감을 얻지 못하는 시비를 계속 건다면 어느 사이 현실과 동떨어진 괴담이나 퍼뜨리고 있는 한심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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