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대 외교정책’ 제자리… 美-中 넘나든 균형외교는 선방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5일 03시 00분


[朴대통령 임기 반환점/ 전문가 국정평가]외교·안보

임기 절반을 보낸 박근혜 정부의 외교·안보·통일 분야의 점수는 5.7점으로 임기 1년 평가(8점)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유라시아 이니셔티브 등 3대 외교 정책이 구체적인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외교·안보·통일 분야 전문가 10명은 북한 리스크 관리(6.4점)와 미국과 중국 사이 균형 외교(6.4점)에 대해 가장 좋은 평가를 내렸다.

○ 북한 리스크 관리 ‘원칙’ 통했다

2013년 3월 북한은 한미 연합군사훈련에 반발해 개성공단의 통행을 일방적으로 차단했다. 개성공단은 폐쇄 직전까지 몰렸다가 남북이 극적으로 합의하면서 133일 만에 정상 가동에 합의했다. 목함지뢰와 포탄 도발에는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라는 단호한 조치를 취했고, 결국 북한은 대화 테이블로 나왔다. 박 대통령의 ‘원칙’에 입각한 대응이 비정상적인 남북 관계를 바로잡고 있다는 평가다.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는 “북한의 위협에 동요하지 않고 리스크 관리를 했다. 북한 길들이기에 성공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위기관리는 성과를 거뒀지만 위기 예방에는 어려움을 겪었다는 아쉬움도 지적됐다.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군사 도발에 대한 사후 수습에는 성과를 내고 있지만 선제적인 위기관리는 성과가 없다”며 “강(强) 대 강 대치 상황에서는 위기가 증폭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 한미-한중 관계 균형점 잘 찾아

올해 한국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 중국의 항일 전쟁 승리 70주년 기념행사(전승절) 참석 등과 관련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줄타기 외교를 해야 했다.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시험지를 받아 든 형국이었다. 전문가들은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비교적 균형을 잘 잡았고, 국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움직였다”며 대체로 ‘양호’라는 평가를 내렸다.

임기 1년 당시 조사와 비교하면, ‘한미, 한중 관계를 유연하게 운영하는 것은 한반도라는 지정학적 조건에서 반드시 필요한 전략’이라는 공감대도 커졌다.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중국에 대해서는 ‘북핵 막아 줄 거냐’, 미국에는 ‘돈 좀 벌어 오겠다’며 당당하게 논리를 펴야 한다. 미국 중국 사이에서 갈팡질팡하지 말고, 우리 입장을 명확하게 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균형 외교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다는 평가도 나왔다. 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노무현 정부 ‘동북아 균형자론’은 미국-중국 관계를 ‘제로섬’으로 보고 중국에 밀착했다. 한미 동맹과 한중 관계가 양립 가능하다고 보고 이를 성립시키려는 노력은 평가할 만하다”고 말했다.

○ 주요 외교 정책 실천 없고 NSC 역할 실종

3대 외교 정책에 대한 평가는 평균 4.9점으로 평균을 밑돌았다. 구본학 한림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처음부터 구체적이지 않다는 평가를 받았다. 포장에 비해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한일 관계도 4.7점으로 낮은 평가를 받았다. ‘원칙’ 대응으로 한일 관계를 개선할 타이밍을 놓쳤다는 지적이다. 한일 관계가 악화되며 한미일 안보 동맹이 흔들리는 등 결국 한국만 손해를 봤다는 것.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한일 관계 원칙 대응으로 국민의 지지는 얻었겠지만 국익은 손해를 본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국가안전보장회의(NSC)의 정책 통합 조정 기능에 대해서는 혹평(3.6점)이 나왔다. 대통령국가안보실이 존재감이 없고, 외교부 통일부 국방부의 집단 지성을 이끌어 내기에는 부족하다는 것. “NSC는 결정 기관이 아니고 보좌 기관인데 대통령에게 제대로 조언하고 있는지 의문”(안광찬 전 대통령국가위기관리실장), “군인 위주인 현재의 인적 구성으로는 통합적인 안보 정책을 기대하기 어렵다”(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는 평가도 나왔다.  
▼ 평가에 참여한 전문가 (가나다순) ▼

▽정치(10명) 김용철 부산대 행정학과 교수,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 박명호 동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박원호 서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양승함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종빈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윤평중 한신대 철학과 교수,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조진만 덕성여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외교안보(10명) 구본학 한림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김근식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기정 연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김기호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김태우 전 통일연구원장, 김태현 중앙대 국제대학원 교수,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 박형중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 안광찬 전 대통령국가위기관리실장

▽경제(15명)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김현아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 박기백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박덕배 현대경제연구원 전문연구위원, 박완규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유경문 서경대 금융경제학과 교수,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이영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 임주영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 홍성걸 국민대 행정정책학부 교수

▽노동·교육·복지(15명) 김동욱 한국경영자총협회 기획홍보본부장, 김상균 서울대 명예교수, 김연명 중앙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김용하 순천향대 금융보험학과 교수, 김원식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김진수 연세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배규식 한국노동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배영찬 한양대 화학공학과 교수, 양정호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 이정식 한국노총 사무처장, 이지만 연세대 경영학과 교수, 전제철 부산교대 교수, 지은림 경희대 교육대학원장, 한숭희 서울대 교육학과 교수

▽문화(10명) 강일권 대중음악 평론가, 고지석 래몽래인(드라마 제작사) 부사장, 김주영 소설가, 박신의 경희대 문화예술경영학과 교수, 박제성 클래식 평론가, 심재명 명필름 대표, 윤철호 사회평론대표, 윤호진 에이콤인터내셔날 대표, 정대경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 황두진 건축가

우경임 기자 woohaha@donga.com
#외교정책#균형외교#선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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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1

추천 많은 댓글

  • 2015-08-25 07:39:01

    닭 쫓던 개 될 뻔한 미국이 전쟁이 발발하면 자동 참여의 모습을 한국과 세계에 보여줬 다. 미국은 자국 젊은이들의 생명과 피를 흘릴 각오를 보여줬는데 박대통령이 중국 전승일행사에 참석한다면 중국으로부터 뼈와 살을 확실히 받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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