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비무장지대(DMZ) 목함지뢰 도발에 이어 고사포, 평사포 도발로 남북한 사이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북한은 1953년 휴전 이래 수없이 도발 만행을 자행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이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북한의 자세는 크게 달라졌다.
과거 유약한 정부 대응이 도발 부추겨
1976년 8월 판문점 도끼만행 사건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다”라는, 국가원수로는 과격한 표현으로 북한군에게 강력한 응징 경고를 함으로써 북한 김일성으로부터 사과를 받았다. 1996년 9월 강원 강릉의 북한 잠수함 침투 사건에 대해 김영삼 정부는 미국과 갈등을 겪으면서까지 초강경 응징을 하겠다는 대응 조치에 나서 그해 12월 북한 외무성의 사과성명을 받아냈다.
즉 북한의 군사 도발은 국가원수의 강력한 국가안보 수호 의지를 바탕으로 한 군과 국민의 총력안보체제로 억제돼 왔다. 그러나 2000년대 들어 북한에 대한 주적(主敵) 개념이 모호해지고 국군통수권자가 “북한의 군사 도발에 선제사격을 금하라”라고 하는가 하면 ‘북한의 핵무기 개발은 북한의 자위권 행사로 이해되어야 한다’고 하면서 이념의 정체성 혼란이 생기면서 우리 군과 국민의 안보의식이 약화됐고 북한의 도발 의지를 오히려 부추기는 결과를 초래했다.
2010년 3월 북한의 천안함 폭침 만행 당시 김태영 국방장관은 사건 발생일을 “국군 치욕의 날로 기억할 것”이라며 5·24 대북제재 7대 조치 중 군사부분에 ‘심리전 활동 재개’를 포함시켰다. 그때도 북한은 “심리전 방송 확성기를 조준 격파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당시 대통령은 제주도에서 열린 한중일 정상회담에서 “우리는 전쟁을 두려워하지도 않지만 전쟁을 원하지도 않는다”고 발표했다. 5·24 대북제재 조치를 강력히 시행해야 할 시점에서 대북심리전 재개는 유보하고 북한의 도발 만행에는 “전쟁을 원하지도 않는다”는 정치적 수사(修辭)로 그침으로써 북한이 우리를 얕보게 만들었다.
대통령은 “우리는 전쟁을 원하지도 않지만 전쟁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어순을 바꿔, 만약 북한이 다시 군사 도발을 한다면 ‘전쟁도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대북 응징 경고를 했어야 했다. 그랬다면 북한은 2010년 11월 연평도 포격 도발을 감행하지 못했을 것이다.
개성공단 협박 이은 두 번째 탐색전
박근혜 정부 들어 대북정책의 첫 시험 무대는 2013년 4월 8일 시작된 북한의 개성공단 폐쇄 협박이었다. 당시 박 대통령은 ‘공단 폐쇄도 불사하겠다’는 강력한 대북 정책 기조를 유지했고 북한은 결국 공장 가동 중단 133일 만에 재가동을 합의했다. 이 사건을 통해 북한은 무모한 정책 도발이 우리 정부에는 통하지 않는다는 교훈을 얻었을 것이다. 이번 군사 도발은 개성공단의 남북 교류정책의 시험에 이은 우리의 대북 군사정책 탐색이라 볼 수 있다.
필자는 합참의장 재직(1998~1999년) 때 1998년 12월 남해에 침투한 북한의 반잠수정을 격침해 적 6명이 사망했고 1999년 6월 1차 연평해전에서 북한군 130여 명이 사상하는 작전을 지휘했다. 필자가 평생에 걸친 군 생활의 경험을 통해 볼 때 북한의 군사 도발을 억제하는 방안은 ‘힘을 바탕으로 도발에 철저하게 응징하는 것’이다. 필자가 복무할 때는 북한의 군사 도발에 대해 연합사 예규의 교전규칙 범위 내에서 확전 예방을 고려한 자위권 행사를 했다. 그러나 2010년 연평도 포격 사건 이후 부임한 김관진 국방장관이 북한의 군사 도발 때 그 도발원점 타격은 물론이고 사격을 지시한 지휘원점까지 타격할 것을 공언하면서 북한의 군사 도발에 대한 우리 군의 적극적 지휘권 발동이 현실화됐다. 우리 군은 이 조치가 구호에 그치지 않도록 모든 가능성 있는 북한의 도발 시나리오를 수립하고 유사시 적극적 대응조치를 취해 나가야 한다.
이번 북한의 도발에 대해 정부의 초기 대응 미흡이 지적되고 있으나 북한의 포격 도발 직후 박 대통령은 국가안보회의(NSC)를 즉각 소집하고 전투복을 입고 야전사령부를 방문해 북한의 추가 도발 때 “가차 없이 응징할 것”을 지시해 국가통수권자로서의 단호함을 보이면서 “추가 도발 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우리 군의 결의를 확실히 뒷받침해 주었다. 따라서 현 정부에 대한 북한의 군사 도발 시험은 우리 정부의 강력한 대응전략으로 그 뜻을 이루지 못할 것이다.
국가 총력안보체제만이 北도발 억제
동족이면서 주적으로 툭하면 대남 도발을 일삼는 북한으로부터 우리의 국가안보를 지키는 것은 대통령과 군인만으로는 안 된다. 대통령, 군, 국민 모두가 제 위치에서 안보 위기를 극복해 나가는, 국가 총력안보체제로 대응한다면 북한은 군사적 도발의 엄두를 내기는커녕 우리를 두려워할 것이다.
멈추지 않는 북한 군사 도발에 대해 국민 모두가 한결같이 국가보위의 결의를 다짐하고 휴전 이후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크게 기여해 온 한미 군사동맹의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해 나간다면 북한이 다시는 우리에게 무모하고 잘못된 군사 도발 책동을 벌이지 못할 것으로 확신한다. 다시 한 번 우리 국민과 군(軍) 모두의 응집된 안보대응 태세 결집을 기대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