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 접촉 타결]
남북 ‘무박 4일 협상’ 타결까지
北‘심리전 중단’― 南‘긴장 완화’ 주고받아… 김관진-황병서 일대일 담판서 돌파구 열어
한숨 돌리는 연천군 주민 남북 고위급 접촉의 극적 타결 소식이 전해진 25일 새벽 주민들이 대피해 있는 경기 연천군 중면 면사무소에서 한 직원이 남북 고위급 접촉 결과를 전하는 뉴스 중계를 시청하고 있다. 연천=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고위급 접촉이 협상 초반 남북 양측의 현격한 견해차에도 불구하고 합의를 이끌어낸 원동력은 무엇일까. 1, 2차 고위급 접촉은 25일 새벽까지 40시간을 훌쩍 넘기며 극적인 합의로 이어졌다.
기본적으로는 남북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많다.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의 지시에 따라 대북 심리전 중단을 반드시 얻어가야 하는 북한 대표단의 절박함과 군사적 긴장 완화가 필수적인 한국 측의 필요성이 서로 절실했다는 것이다. 한 소식통은 북한 대표단의 태도에 대해 “(심리전 중단에) 목숨 걸고 협상에 나온 것으로 보였다”고 말했다. 이런 태도가 협상 과정에서 23일 밤 성사된 김관진 대통령국가안보실장과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의 비공개 일대일 담판과 맞물린 것으로 보인다.
남북은 양측 안보 총책임자의 담판이 이뤄지기 전까지 핵심 쟁점인 북한의 목함지뢰 도발 사과와 재발 방지 약속과 관련해 지루한 평행선을 달렸다. 황병서와 김양건 북한 노동당 비서는 회담장을 박차고 나갈 생각은 없어 보였지만 그렇다고 도발을 인정하려는 태도는 더더욱 아니었다. 이들은 북한 김정은 체제의 ‘아킬레스건’격인 대북 심리전 방송 중단만 계속 되풀이했다. 정부 관계자는 “협상 내내 북한 대표단의 관심사는 오직 이것뿐이었다”고 귀띔했다.
23일 김 실장과 황병서가 공식 회담장 이외의 장소에서 배석자 없이 비공개로 따로 만나면서 지뢰 도발 문제를 해결할 허심탄회한 대화가 오갔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화를 거치면서 남북은 25일 새벽까지 지뢰 도발에 대한 사과와 재발 방지 쟁점을 해결할 공감대를 찾기 위한 노력을 계속했다. 북한이 도발 사건에 대해 사실상 사과의 형태로 유감을 표시하고 한국은 대북 심리전 방송을 중단한다는 선에서 합의할 수 있다는 가능성이 열린 것.
24일 이와 관련한 남북 공동보도문 문구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다시 난항을 겪었지만 남북 양측 모두 결렬은 바라지 않았다.
마라톤회담이 이어진 배경엔 남북 대표들의 태도와 스타일도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실장은 온화한 성품으로 알려져 있다. 남북 대표들이 이견에 대해 설전은 벌였어도 회담 테이블을 내려치는 등 험악한 분위기는 연출되지 않았다고 한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