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관계개선 첫발 뗀 셈… 정상회담으로 이어가야”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8월 26일 03시 00분


[남북, 대치에서 대화로/전문가 진단]

“이명박 정부부터 박근혜 정부까지 7년 반 동안 이어진 한반도 긴장의 흐름을 바꾸는 전기를 마련했다.”(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

“약간 미진하지만 지금까지 북한의 떼쓰기가 통했던 관행을 없애는 역할을 했다.”(김석우 전 통일원 차관)

동아일보는 25일 외교·안보·통일 전문가 5명에게 남북 고위급 접촉 합의에 대한 생각을 들었다. 이번 합의가 남북관계를 군사적 긴장 국면에서 대화 국면으로 반전시키는 계기가 된 것은 평가할 만하지만, 향후 남북관계가 탄탄대로에 올랐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많았다.

○ “남북 윈-윈” vs “확성기 중단 성과 모호”

양무진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남북 대표단의 합의에 대해 “6개 합의에는 남북이 원하는 게 고루 들어 있다”며 “남북한이 한 발짝씩 양보해 모두 ‘윈-윈’했다”고 평가했다. 양측의 현안인 북한의 지뢰 도발과 대북 확성기 방송에 대해 일정 부분 원하는 바를 주고받은 데다 한국은 이산가족 상봉을, 북한은 민간교류를 얻어냈다는 것이다. 다만 박인휘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북한에 절박한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면서 이에 상응한 성과를 얻어냈느냐는 모호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북한의 유감 표명이 과거보다 진전된 것은 맞지만 우리가 의도하는 것을 모두 관철시켰다는 해석은 정부의 자화자찬”이라고 말했다. 송봉선 고려대 북한학과 교수도 “북한이 현재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수단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대북 확성기 방송 중단에 붙은 ‘비정상적인 사태가 발생하지 않는 한’이라는 조건에 대해 김 전 차관은 “조건을 단 것은 북한이 마음대로 도발할 여지를 줄였다”고 평가했다. 양 교수는 “비정상적인 사태에 대한 남북 양측의 개념 규정이 없다”면서 “당국자 회담을 통해 이 부분에 대해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김정은의 불안정한 리더십 드러나

북한의 포격 도발 이후 ‘무박 4일’의 마라톤협상을 거친 끝에 전격적인 합의에 이르기까지 북한이 보인 태도를 보고 박 교수는 “3, 4년의 집권기간을 통해 김정은 북한 노동당 제1비서가 지도자 훈련을 마친 것 같다”고 진단했다. 확성기 중단이라는 목표를 얻기 위해 매우 집요한 모습을 보이며 인내하는 태도를 보여줬기 때문이라는 것.

김 교수는 “북한이 과거와 달리 판을 박차고 나가지 않았고, 황병서 북한군 총정치국장과 김양건 노동당 비서를 내보낸 것도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김 전 차관은 “최근의 군사적 대치는 북한의 불안정한 리더십이 잘못 만들어낸 상황이고, 이를 해결하지 않으면 상황이 어려워진다는 절박함, 취약함이 엿보였다”고 했다.

○ 당국회담은 정상회담의 자락 깔기?


협상이 타결되면서 박근혜 대통령과 김정은의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체적으로 필요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양 교수는 “보수정권인 박 대통령과 김정은의 정상 선언이 나오면 남북관계 발전의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당국자 회담 개최를 합의 1항에 올린 것은 정상회담도 의식한 조치로 보인다”면서 “판이 벌어졌으니 남북관계 진전을 위한 양측 최고지도자의 의지를 공식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남북관계 장밋빛 전망은 금물

전문가들은 이번 남북 합의가 관계 개선의 물꼬를 튼 것만큼은 사실이지만 향후 남북관계를 장밋빛으로만 전망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송 교수는 “북한이 화전(和戰) 양면전술을 구사할 것”이라면서 “북한 노동당 창건 기념일, 내년 연례 한미 연합군사연습 등에 다시 도발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홍수영 gaea@donga.com·한상준·길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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