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곧 19대 국회 마지막 정기국회가 시작되는데, 4대 개혁 관련 법안과 산적한 민생경제 활성화 법안 처리에 최선을 다해 주기를 당부 드립니다.”(박근혜 대통령)
“대통령님, 오늘은 기분 좋은 날입니다. 우리 모두 대통령이 성공적인 국정 수행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박 대통령과 김 대표를 포함한 새누리당 의원 138명은 26일 청와대 영빈관에 모여 오찬을 했다. 박 대통령이 새누리당 전체 의원을 청와대로 초청한 것은 지난해 1월 이후 1년 7개월 만이다. 유승민 전 원내대표가 퇴진하면서 파탄 직전에 이르렀던 당청은 모처럼 함박웃음을 터뜨렸다. 유의동 원내대변인은 “큰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이 컨디션을 끌어올리듯 정기국회를 앞두고 (여권의) 컨디션을 끌어올린 자리였다”고 촌평했다. ○ 눈 실핏줄 터졌는데도 활짝 웃은 朴 대통령
참석자들은 박 대통령의 안색이 썩 좋지 않았다고 전했다. 얼굴이 붓고 눈의 실핏줄도 터졌다고 한다. 남북 고위급 접촉이 유례없는 43시간 마라톤협상으로 진행되면서 박 대통령도 사흘 밤을 꼬박 새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표정만큼은 밝았다고 한다.
박 대통령은 “일촉즉발의 긴박한 순간이었지만 또다시 국민 안위와 국가 안보가 위협을 받아서는 안 되기 때문에 끝까지 원칙을 갖고 (협상에) 임했다”고 말했다. 이어 “안보 위기 앞에 온 국민이 의연하고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면서 큰 힘이 됐다”며 “장병들이 전역을 연기하고 예비군들이 군복을 챙기는 모습을 보면서 가슴이 뭉클했다”고 덧붙였다.
이날 화두는 역시 ‘노동개혁’이었다. 박 대통령은 “이제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드는 개혁에 매진해야 한다”며 “노동개혁이라는 큰 과제가 여러분 앞에 놓여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동개혁은 청년 일자리 창출을 넘어 출산율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며 “안정된 일자리를 가져야 결혼도 하고 애도 낳는다. 노동개혁을 이번에는 제대로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박 대통령은 “영국에 갔을 때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의 손자가 싸이의 춤을 추더라”며 “제조업으로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데 한계가 있다. 서비스산업과 문화산업 분야에서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청와대는 ‘물이 들어올 때 배를 띄워야 한다’는 명분으로 이날 오찬을 추진했다고 한다. 박 대통령이 임기 반환점을 맞은 시점에 남북 간 극적 합의가 이뤄진 만큼 새누리당 의원들과도 접촉면을 넓혀 국정 추진력을 높이겠다는 의지인 셈이다.
○ 4대 개혁 완수 다짐으로 화답한 새누리당
박 대통령과 함께 헤드테이블에 앉은 새누리당 지도부는 일제히 박 대통령에게 힘을 실어줬다. 김 대표는 “(전날 연찬회에서) 새누리당이 4대 개혁을 잘 뒷받침해서 좋은 나라를 만드는 데 앞장서자고 단단히 다짐했다”고 말했다. 서청원 최고위원은 “남북 회담의 결과는 대통령의 좌우명인 원칙의 승리였다”고 강조했다.
김을동 최고위원은 ‘새누리당 만세, 대한민국 만세’를 건배사로 제안했다. 마지막 건배 제안자로 뽑힌 오신환 의원의 건배사는 “여기저기”였다. ‘국민 여러분의 기쁨이, 저희의 기쁨’이라는 의미였다. 오 의원은 4·29 재·보궐선거에서 27년 만에 야당으로부터 서울 관악을 지역구를 탈환했던 주인공이다.
김 대표는 즉석에서 “재미있는 얘기를 해보라”며 김희국 의원에게 마이크를 넘기기도 했다. 하지만 미처 준비가 안 된 김 의원이 로마사 등 진지한 얘기를 하자 김 대표는 “왜 엉뚱한 소리를 하느냐”며 들여보내는 등 시종 농담이 오가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고 한다.
오찬은 75분간 진행됐다. 새누리당 의원 159명 가운데 해외 출장 중이거나 재판을 받고 있는 의원 등 21명은 불참했다. 이재오 이군현 김용태 의원 등은 개인 일정을 이유로 참석하지 않았다. 전날까지 참석 여부를 통보하지 않은 유승민 의원은 참석했지만 박 대통령과 마주치지는 않았다. 국회 상임위원회별로 좌석을 배치하면서 국방위원인 유 의원은 박 대통령과 가장 먼 테이블에 앉았다. 과거 오찬 때는 대통령이 의원들과 일일이 악수를 나누고 상임위별로 사진 촬영도 했으나 이날 오찬에선 이런 순서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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