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3일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중국의 항일전쟁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는 가까워진 한중관계와 얼어붙은 북-중관계를 극명하게 대비시키는 장면이 전개될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국은 박근혜 대통령과 군사 참관단 3명도 참여하는 반면 북한은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오지 않고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참여하며 군대는 참관단도 보내지 않는다.
박 대통령은 중국이 25일 발표한 ‘30개국의 국가원수 및 정부 수뇌’ 가운데서 누구 못지않게 중국 정부가 참석에 공을 들인 외국 대표이다. 박 대통령은 귀빈 예우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중국이 열병식 행사에서 6·25전쟁 당시 참전했던 인민해방군 부대를 제외하고 북한군 열병식 참석도 뺀 것은 박 대통령과 한국을 위한 배려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27일 중국 언론들에 따르면 톈안먼(天安門) 망루에는 열병식 당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과 함께 박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등 30개국 지도자와 정부 대표 19명,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한 국제기구 수장 10명 등 정상급 외빈들이 함께 선다. 톈안먼 망루는 중국 입장에서는 외빈에게 최고 예우를 한다는 의미로 김일성 북한 주석도 1954년과 1959년 열병식 당시 섰던 곳이다. 중국이 ‘혈맹’국가 지도자로 대접한 것이다.
박 대통령은 이번에 푸틴 대통령과 함께 열병식에 초대된 외국 지도자 중에서 최고의 대접을 받게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데 이럴 경우 박 대통령이 시 주석 바로 왼쪽에 서고 푸틴 대통령이 오른쪽에 설 가능성이 많다는 관측이 나온다. 반면 북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중앙에 위치하지 못하거나 심지어 뒷줄에 배치될 가능성까지 있다.
물론 중국 정부가 최 비서의 방중을 계기로 북-중관계를 변화시킬 의도로 파격적인 대우를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아직은 신중론도 제기된다. 어떻든 만약 현실화된다면 한중관계와 2013년 2월 3차 핵실험 이후 냉각된 북-중관계를 극명하게 대비시키는 장면을 중국 인민과 전 세계에 보여주게 된다.
중국 전문가들도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이 변화된 한중, 북-중관계의 상징이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다.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주펑(朱鋒) 교수는 27일 통화에서 “1950년 이후 중조(中朝)는 혈맹관계였던 반면 한국은 적대자였다. 그러나 지금은 중한(中韓)이 친구가 되고 중조관계는 소원해지고 있다”며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은 모든 중국인에게 조선과 한국 중 누가 더 진정한 친구인지를 알려주는 매우 중대한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했다.
베이징대 국제관계학원 량윈샹(梁雲祥) 교수는 홍콩 밍(明)보와의 인터뷰에서 “중한관계가 중조관계보다 좋고 특히 김정은 집권 이후 중조관계가 벌어졌다”며 “한국은 중국보다는 서방 동맹국의 일원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오느냐 오지 않느냐가 김정은이 오느냐 안 오느냐보다 더 중요하다”고 했다. 베이징의 한 외교소식통은 “중국이 미국 일본 등과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전략적 가치가 높아진 것도 중국 정부가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에 공을 들인 배경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스융밍(時永明) 중국국제문제연구원 부연구원은 27일 관영 언론 기고에서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은 미국과 일본이 (참석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을 가하고 한국 내에서조차 ‘미중 간 균형외교’ 문제에 대한 비판이 불거진 가운데 이뤄진 것이라 더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 런민(人民)대 스인훙(時殷弘) 교수는 “전승절을 앞두고 있었던 북한의 포격 도발로 북-중관계는 더욱 냉랭해졌다”며 “‘자제 요청’을 한 중국 정부에 대해 북한이 조선중앙TV를 통해 공개적으로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는데 이는 중국이 자신(북한)을 겨냥하는 한편 한국 편을 든다고 생각하고 반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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