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고위급 접촉 효과로 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50%에 육박하고 있지만 정작 청와대 관계자들의 표정은 복잡하다.
박 대통령이 참석한 자리에서 지지율 급등과 관련한 청와대 참모진의 공식 보고는 없었다고 한다. 청와대 참모진의 회의석상에서도 공식 의제로 지지율에 대한 얘기를 나눈 적이 없다. 다만 대통령에게 전달되는 문건 보고서에 간단히 최근 지지율 변화 추이가 언급됐을 뿐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30일 “지지율에 대해 청와대 내부에서는 일종의 불문율이 있다”며 “지지율에 따라 속상하기도 하고 기쁘기도 하지만 내색을 못 한다”고 털어놨다. “지지율에 연연하지 말라”는 박 대통령의 평소 지침 때문이다.
지지율이 추락하던 올 상반기에 청와대 참모들이 걱정하자 박 대통령은 “지지율 때문에 일하느냐”라고 질책을 하거나 “지지율은 오르락내리락하기 마련인데 너무 일희일비(一喜一悲)하지 마세요”라고 위로했다고 한다.
하지만 지지율을 모른 척하기도 어렵다. 국정 운영에 지지율만큼 확실한 동력의 원천도 없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 지지율이 고공 행진을 이어갈 경우 당청 관계에서 힘의 균형추는 청와대로 기울 수밖에 없다. 남북 고위급 접촉 이후 이 같은 추세는 뚜렷해지는 모양새다. 박 대통령이 ‘배신의 정치’까지 언급하며 유승민 전 원내대표를 정조준 했던 때는 공교롭게도 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바닥을 치고 있을 시기였다. 높은 지지율이 뒷받침되면 여당의 협조도 가능하다는 얘기다. 특히 노동개혁 등 4대 개혁을 완수해야 하는 박근혜 정부로서는 여당의 전폭적인 지원을 끌어내야 한다.
이런 이유에서 청와대는 ‘조용한 관리’ 기조다. 향후 일정도 관리하기에 따라서 득점 요인이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음 달 3일 중국 전승절 참석을 시작으로 한중, 한미, 한중일 정상회담이 줄을 잇고 있다. 이산가족 상봉 등 남북 관계 현안도 순항할 가능성이 높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외교 현안에 특별히 강한 ‘박근혜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정세는 여전히 불안정하다. 정기국회에서 야당의 대여 공세가 거세질 수밖에 없고, 노동개혁을 포함한 경제 현안이 얼마나 성과를 낼지는 두고 봐야 알 수 있는 상황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지율 때문에 일하는 건 아니지만 열심히 일하다 보면 지지율은 따라오지 않겠느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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