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관, 의원, 대변인보다 엄마가 더 어렵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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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5년 8월 31일 13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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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동아 9월호/Interview]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
● 4세, 7세 아이 키우는 워킹맘…“나도 일·가정 양립 고민”
● 가족친화인증기업, 양성평등법, 아빠의 달 시행
● 몰카族 단속, 수련시설 인증, 8·15 행사…‘핫’한 여름
● 의원 때 ‘학교 밖 청소년’ 법률 대표발의→장관 돼서 시행


김희정(44) 여성가족부(여가부) 장관의 잰걸음이 화제다.

광복 70주년을 맞아 여성독립운동가들과 독립운동가 어머니들의 활동상을 담은 ‘독립을 향한 여성영웅들의 행진’ 특별전을 마련하고, 육아휴직 경험을 가진 아빠들을 만나 남성 육아휴직의 어려움을 듣는가 하면, 여름철 해변가 몰카족 단속을 진두지휘하는 등 광폭 행보다. 미국 조 바이든 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 등 외국 정상 부인들의 한국 방문 때는 ‘퍼스트레이디’ 노릇을 하며 ‘내조 외교’를 펼친다.

김 장관은 17, 19대 국회의원(부산 연제)으로, 이명박(MB) 정부에선 청와대 대변인을, 현 정부에선 지난해 7월 여가부 장관으로 발탁돼 두 정권의 요직을 맡았다. ‘핫’한 여름을 보내는 김 장관과 8월 10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마주 앉았다.

▼ 전 · 현 정부에서 ‘잘나가는’ 여성으로 꼽히는데요.

“일할 기회를 주신 대통령과 국민께 감사할 뿐이죠. 즐거운 마음으로 일합니다.”

▼ 정부부처 중 여가부가 여름에 가장 바쁜 거 같네요.

“청소년 관련 업무가 많아서 그래요. 여가부가 청소년 업무를 맡았다는 사실을 잘 모르는 분도 많아요. 학교에 다니는 학생은 교육부 담당이지만, 청소년의 방과 후 활동과 재학생이 아닌 ‘학교 밖 청소년’은 여가부가 담당합니다. 우리나라의 학교 밖 청소년은 약 36만 명에 달합니다. 해외유학 가거나 소년원 감호소에 입감된 청소년, 장기입원 중이거나 미인가 대안학교 등에 다니는 청소년을 제외하고 18만~20만 명은 어디에도 소속돼 있지 않아요.”

학교 밖 청소년 36만 명

▼ 예상외로 ‘무소속 청소년’ 숫자가 많군요.

“중소도시 인구와 맞먹는 규모죠. 학교폭력의 가해자나 피해자이거나, 가정형편이 어려워 독학하는 등 다양하죠. 이들을 어떻게 관리하고 지원하느냐에 따라 인재가 될 수도, 사회적 부담이 될 수도 있어 우리로서는 아주 중요한 업무이기도 해요.”

5월부터 ‘학교 밖 청소년 지원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무소속 청소년’에 대한 지원은 다양해졌다. 소년원에 입소한 비행형 청소년에게는 청소년 자립의식 교육을, 할 일 없이 빈둥거리는 무업형 청소년에게는 진로탐색 지원을, 집에서만 생활하는 은둔형 청소년에게는 찾아가는 동반자를 배치하는 등 맞춤형 정책 그물망은 촘촘해졌다. 이 법안은 2013년 김 장관이 국회의원 대표 발의한 법안이어서, 발의한 국회의원이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시행하는, 보기 드문 ‘북 치고 장구 치고’를 연출했다.

▼ 여가부 장관이 될 걸 알고 대표 발의한 것같은데요. 아니면, 청소년 시절 껌을 좀 씹었다던가….

“아니에요(웃음). 평소 학교 밖 청소년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할지 많이 고민하다가 발의하게 됐어요. 법 시행으로 올해 전국에 학교밖청소년지원센터 ‘꿈드림’ 200개소를 설치하려 해요. 꿈드림은 지역 내 학교 밖 청소년 대상으로 상담, 교육, 직업체험, 취업 및 자립을 지원하고 사후관리하는 곳이죠.”

▼ 여가부에서 운영하는 학교도 있죠?

“일종의 치유학교예요. 전북 무주에 국립청소년 인터넷 드림마을(인터넷·스마트폰 치유학교), 경기 용인에 국립중앙청소년디딤센터(과잉행동장애 학교)를 설립했어요. 학생들은 기숙사 생활을 하고, 24시간 관리하죠. 비용은 무료고요. 앞으로 동남권에도 치유학교 한 곳을 더 개교할 예정입니다.”

▼ 치유학교를 운영해보니 어떤가요.

“프로그램에 참가해 학부모들과 대화를 했어요.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아이가 나을 수 있느냐’고 물을 줄 알았는데 학부모들은 ‘기록에 남느냐’고 묻더군요. 치유학교에 다니는 게 아이 미래를 발목 잡지 않을까 염려하는 거죠. 그래서 ‘아이가 먼저 말하기 전에는 아무도 모릅니다’고 안심시켰어요. 인터넷·스마트폰 중독을 치료받는 것도 이렇게 예민하고 조심스러운데, 아이가 신경정신과 상담을 받을 리 없죠. 말 못할 부모들의 고충을 알기에 여가부가 치유학교를 운영하는 거죠.”

▼ 요즘 청소년 수련시설 이용이 많은데요. 시설과 프로그램 인증도 여가부 일이죠?

“그동안 청소년 수련활동은 신고제가 아니었는데, 지난해 캠프 사고 이후 청소년 수련시설과 프로그램에 대한 인증을 의무화했어요. 청소년이 이용하기에 적합한 시설인지, 프로그램이 청소년에게 유익한지를 인증하는데, 요즘처럼 이용객이 많을 때는 시설 안전에 더욱 신경 써요. 우리가 인증한 시설은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어요.”

해변가 몰카 단속

그의 말처럼 여가부가 인증한 청소년 시설·프로그램은 청소년활동정보서비스인 ‘e청소년(youth.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7월 28일 기준으로 인증을 받은 국내 청소년 수련업체는 4837개. 인증제도를 마련하면서 수련업계가 차츰 정화된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평가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여름 해변 ‘몰카족’ 단속에도 여가부 직원이 출동한다. 성범죄 예방이나 피해자 지원 업무와 성범죄자의 신상을 공개하는 ‘성범죄 알림e’ 사이트(sexoffender.go.kr)와 애플리케이션(앱)도 만들었다. 가령 아이가 멀리 할머니 집에 갈 때도 언제든 주변 성범죄자를 조회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이 ‘학교 밖 청소년’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이 ‘학교 밖 청소년’문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몰카도 단속하네요.

“몰카 단속을 하는 이유는 단순히 사진만 찍는 데서 끝나는 게 아니라 돈을 받고 다른 사람에게 사진을 유포하는 중범죄로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현지 경찰, 시민단체, 여가부 단속반이 팀을 이뤄 여름철 전국 유원지와 해수욕장 등을 돌아다니며 단속하죠. 현장에서 신고센터도 운영하고요. 여가부는 전 부처의 사안을 알아야 일할 수 있어요. 실생활과 관련된 사안을 다루기 때문인데, 실제로 여가부와 함께 일을 해본 사람들은 깜짝 놀랍니다. 여가부가 이렇게 바쁜 부처인지 몰랐대요(웃음). 간혹 국민이 ‘여가부가 하는 일이 뭐냐’고 반문하시는데, 조금이나마 오해가 풀렸으면 해요.”

▼ 국회의원 출신 장관인데, 겸직의 장점이 있습니까.

“여가부는 다른 부처에 비해 규모가 작아요. 부처 업무가 규제, 인허가, 조달 등을 담당하는 것도 아니어서 공무원으로서 ‘규제 무기’가 없어요. 현장을 뛰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운 업무가 더러 있는데, 다른 부처 협조를 구하거나 설득할 때 겸직 장관은 큰 도움이 돼요. 부처회의에서 자유롭게 발언할 수도 있고요.”

김 장관을 포함한 대한민국 여성의 최대 고민인 ‘워킹맘’으로 이야기를 돌렸다. 김 장관도 7세 딸과 4세 아들을 둔 워킹맘. 여가부 장관인 그에게도 일·가정 양립은 고민이다. ‘장관, 국회의원, 대변인을 모두 해봤는데 어느 게 가장 힘드냐’는 질문에 그는 “애 키우는 게 가장 어렵다”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우리 부부가 가정에 투입하는 시간은 절대적으로 부족해요. 저는 평일에는 여가부 장관으로 일하고, 주말엔 각종 행사에 참석하거나 지역구(부산 연제구) 일을 볼 때가 많아요. 남편도 한창 회사 일에 매달릴 때죠. 서로 퇴근 시간을 물어보며 교대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요. 지난해는 딸과 함께 국회로 출근해 국회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겼는데, 장관이 된 이후에는 출근시간이 빨라 주변사람 도움을 받고 있어요.”

워킹맘, 타임푸어

▼ ‘워싱턴포스트’ 기자이자 두 아이 엄마인 브리짓 슐트의 책 ‘타임 푸어’를 보면, ‘워킹맘’이 항상 쫓기듯 생활하는 이유를 △가정에서의 ‘양성불평등’ △정해진 시간에 얼굴 보여야 하고 갑작스러운 야근이 잦은 ‘독소적 기업문화’ △워킹맘에게 좋은 보육시설은 비싸기 때문으로 진단합니다. 한국의 워킹맘으로서 동의합니까.

“음…비슷한 거 같아요. ‘세상에는 슈퍼걸은 없고 피곤한 엄마만 있을 뿐’이라고 자조 섞인 농담을 하죠. 공감합니다. 사실 워킹맘이 사직서를 만지작댈 때는 대략 정해져 있어요. 출퇴근 시간대에 아이 맡길 곳이 없거나, 1~2시간 아이를 맡기지 못할 때, 부모의 인생은 바뀌죠. 그 틈새만 메워주면 되는데…. 여가부가 ‘아이돌봄서비스’를 마련한 것도 그 때문이죠.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등 기관에 보내기 힘든 갓난아이나 부모 출퇴근 시간이 아이 등·하원 시간과 맞지 않아 공백이 생길 때 육아전문가인 아이돌봄 선생님이 집으로 직접 찾아가 돌보는 서비스죠.”

▼ 기업의 배려와 관심도 필요하겠어요.

“그럼요. 일·가정 양립 문화 정착을 위해 가족친화기업인증제도를 시행하는 것도 그래요. 과거엔 회사가 알아서 제도를 활용하도록 했는데, 지금은 기업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매주 수요일 가족사랑의 날’이 그 예죠. 가족이 수요일 저녁에 영화관, 마트, 놀이공원을 가면 할인, 적립 등 혜택을 제공해요. 실질적으로 퇴근 후 여가를 누릴 수 있도록 장려하는 것이죠. 대신 육아휴직을 장려하고, 여성관리자 비율을 높이고, 정시 퇴근 문화를 강조하는 기업 등에는 ‘가족친화기업’ 인증을 해줍니다. 기업 이미지 제고에 활용하는 거죠.”

김 장관은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과 ‘여성인재활용과 양성평등실천 태스크포스(TF)’ 공동의장을 맡고 있다. 여기엔 100여 개의 민간기업과 17개 정부부처가 참여한다. 특기할 것은 7월 6일 ‘2015 양성평등주간 기념식’ 때 박 회장이 박 대통령 앞에서 성과를 발표했다는 점이다. 여성학자나 여성단체 대표가 아닌 기업인이 여가부와 진행한 사업성과를 발표한 것은 기업이 나서 가족친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기 때문이다.

“제가 기업인을 만나면 대기업 자회사나 협력회사의 직원들도 일·가정 양립 제도를 누릴 수 있도록 해달라고 요청합니다. 또 기업들을 매달 한자리에 모아 양성평등 실천 내용을 발표하고, 성과를 공유하도록 하죠. 기업 간 경쟁을 유도해 참여도를 높이기 위한 조치죠.”

의무와 권리

▼ 직장문화라고 하니 ‘맨스플레인’이 떠오르네요. 정치권은 특히 맨스플레인이 강할 거 같은 데 어떻게 처신했습니까(맨스플레인은 ‘남자(man)’와 ‘설명하다(explain)’를 결합한 신조어로, 남성이 여성에게 항상 가르치듯 설명하는 것을 뜻한다).

“1995년 민주자유당(새누리당 전신) 사무처 당직자 공채 4기로 들어와 기획조정국으로 발령받았어요. 당시만 해도 여성 당직자는 얼마 뽑지도 않았고, 주로 여성국이나 국제국에서 일했습니다. 그런데 신입인 제가 처음 기조국에 배치를 받은 거죠.

그때는 의원들이 사무처 당직자를 부를 때 주로 간사, 차장, 부장 호칭을 썼는데, 여성에게는 ‘여사’ ‘미스 김’이라고 부르더군요.”

▼ 그래서요?

“상대방이 불편해하는 호칭을 사용하면 누가 마음을 열고 대화할 수 있겠냐고 문제 제기를 했죠. 여성과 함께 일해본 경험이 없는 데서 나타난 현상이 아닐까 싶어요. 다행히 의원들이 이런 문제 제기에 흔쾌히 공감하고,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며 받아줬습니다.”

▼ 불합리한 건 바로 문제 제기하는 스타일이군요.

“어떤 사안에 대해 불쾌감만 표명하면 일이 해결되지 않죠. 방안을 강구해야죠. 당사자에게 정중한 태도로 이해를 구하고요. 제가 기획조정국에 있을 때만 해도 숙직은 남자의 전유물이었습니다. 여자 후배들에게 ‘할 일을 해야 권리도 요구할 수 있다. 우리도 당직 서자’고 제안해 모두 동의했습니다. 평소에 일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조직이 원하는 시기에 위기를 함께 극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중요한 거 같아요. 자기 몫 이상을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면 나중에 좋은 평가를 받을 수 있습니다.”

▼ 여성 국회의원으로서 제약은 없었나요.

“제가 17대 국회의원으로 활동하던 2004년은 한나라당 대표가 여성(당시 박근혜 대표)이었어요. 상징적인 인물을 통해 양성평등의 양적, 질적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 무렵 여성 국회의원이 늘고 여성 보좌진이 많이 생겼고, 남녀대변인 제도도 만들어졌죠.”

▼ 20년간 여성정책 수립의 근거법이던 여성발전기본법이 양성평등기본법으로 개정돼 7월 1일 시행됐는데요, 법 개정도 이런 양성평등 추세를 반영한 결과물이군요. 정책 포커스가 바뀐다는 의미도 있고요.

“그래요. 과거 여성발전기본법은 여성의 지위를 끌어올리고 여성의 발전에 중점을 뒀다면, 양성평등기본법은 정책 수혜자를 여성과 남성으로 확장하고, 남녀가 동등하게 권리를 누리게 한다는 데 의의가 있어요. 오히려 남성이 혜택을 받는, 양성평등 관점을 반영한 정책도 많아요.”

▼ 구체적으로 말씀해주시죠.

“고속도로 휴게소의 공중화장실 변기 비율을 남녀 1:1에서 1:1.5로 확대한 것도 그래요. 보통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는 여자화장실 줄이 길어요. 남편이나 아이들도 볼일 보고 차에서 엄마를 기다리죠. 남녀 모두에게 피해를 줬어요. 화재보험의 경우 여성이 남성보다 보험금이 3배(보험금액 한도는 남성 1000만원, 여성 3200만원) 더 많아요. 화재를 당하면 피부 재건수술을 받아야 하는데, 성형수술은 여성이 주로 한다는 편견이 작용한 거죠. 남녀 모두 3200만 원으로 한도를 정할 겁니다. 성 차이로 차별을 받는다면 양성평등에 맞지 않다는 게 여가부의 시각입니다. 시행령이 곧 개정될 겁니다. 이런 사안을 분석하고 바로 잡는 것이 양성평등기본법이고요.”

유엔 여성지위위원회

▼ 요즘 일본 아베 정부의 우경화로 위안부 할머니들이 분노하는데요, 3월 한국대표로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 기조연설자로 나서 위안부 문제를 처음 언급했죠?

“덕분에 소기의 성과를 거둘 수 있었어요. 제59차 CSW회의 참여기간 중 총 7회에 걸쳐 국제기구 수반 및 주요국 장관 등과 양자면담을 했어요. 유엔 사무총장을 비롯해 전 유엔인권위 특별보고관, 호주 여성부 장관, 유엔여성기구 총재, 제59차 유엔여성지위위원회 의장, 베트남 노동사회부 장관, 인도네시아 여권신장아동보호 장관이 참여했어요.”

▼ 일본의 반응은 어땠나요.

“위안부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으니 비극적인 역사가 재발하지 않도록 미래 세대에 대한 교육을 실시할 것을 일본 측에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일본 측은 ‘최선을 다했다’는 방침을 고수하더군요. 그러면서도 우리의 발언이 부담됐는지 당일 발표를 취소하고 다음 날 한국 발언에 대한 반론을 준비해왔어요. 특기할 점은 그날 참석한 국가 대부분이 여성부 장관 혹은 가족부 장관이 왔는데, 일본만 외교관이 왔더라고요. 그런데 그 외교관이 과거 자위대에 복무한 사람이었습니다. 일본은 스피커(발표자)부터 미스매치(부조화)였던 겁니다.”

▼ 어떻게 해결해야 할까요.

“여가부가 위안부 문제를 유네스코 기록유산으로 등재하는 걸 추진해요. 만약 위안부 문제가 유네스코에 등재되면 일본이 부인하든 안 하든 역사적 사실로 기록될 거예요. 여가부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위안부 문제를 역사적 기록으로 남길 겁니다. 알리는 것도 중요해요. 7월 24일에는 민간외교사절단 ‘반크’와 함께 청소년 지원자 250명의 발대식을 가졌어요. 이들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전시 성폭력 근절 홍보활동을 해요.”

▼ 많은 일을 했는데, 여가부 장관으로서 자부하는 정책은 뭔가요.

“육아휴직을 12개월 모두 쓸 수 있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중간에 복직하면 남은 기간을 못 쓰죠. 그래서 당장 남은 기간을 사용하지 못해도 나중에 사용할 수 있도록 최대 세 번까지 쓸 수 있게 했습니다. 또 과거엔 육아휴직과 단축근무 기간이 12개월로 같아 단축 근무자가 손해를 봤는데, 지금은 단축근무할 경우 24개월 쓸 수 있도록 했어요. 회사가 대체인력을 고용하면 매월 60만 원(중소기업), 30만 원(대기업) 지원하고요.”

▼ 7월 조 바이든 미 부통령의 부인 질 바이든 여사와 온두라스 대통령 부인의 안내와 환영행사를 주관하는 등 사실상 퍼스트레이디 노릇을 했는데요. 무슨 얘기를 나눴나요.

“질 바이든 여사나 아나 가르시아 데 에르난데스 온두라스 영부인 모두 대한민국 여성과 가족, 청소년 정책에 관심이 많았어요. 한국에서 여성대통령이 나온 데 대해서도 흥미로워했고요. 한국의 여성인권 신장, 경단녀(경력단절여성) 등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양자회담 형식으로 한국의 사례와 정책을 소개했어요. 질 바이든 여사는 경청하더군요. 나중에 자료까지 챙겨달라고 부탁도 하고. 한국의 달라진 위상을 느낄 수 있었어요.”

▼ 내년 4월 국회의원선거도 신경 쓰이겠어요.

“국회의원은 국민의 선택을 받아 선출된 사람입니다. 그래서 국민이 얼마나 무서운지 잘 알죠. 국회의원 겸임 장관이라고 해서 한쪽 일만 열심히 하고, 한쪽 일은 게을리 할 수 없어요. 제가 일을 어떻게 하는지는 직원들과 지역구 주민들이 더 잘 알 거예요.”

배수강 기자 bsk@donga.com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hanmail.net

<이 기사는 신동아 2015년 9월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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