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박 대통령, 시진핑-오바마 중재할 북핵해법 있는가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일 00시 00분


북한과 미국의 대화 창구 역할을 하는 미국의 시드니 사일러 6자회담 특사가 물러난다. 후임은 공석으로 놔둘 것이라는 워싱턴의 관측이 맞는다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남은 임기 중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큰 관심이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내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 국가주석에게 북핵 문제의 해결과 한반도 평화통일에 대한 협조를 요청할 것이다. 시 주석은 6자회담 재개를 강조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 해도 미국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면 북핵 문제 해결은 진전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 미국 일본은 7월 31일 도쿄에서 열린 6자회담 차석대표 회의에서 북한이 의미 있는 비핵화 협상의 테이블로 돌아오도록 만들기 위해 강력한 압박과 적극적인 대화 노력을 병행한다는 방침을 재확인했다. 한미일은 또 북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에 장거리 미사일 발사 등 도발을 할 경우 국제사회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데도 공조하기로 했다. 사일러 특사는 이 회의의 미국 대표였다. 그런 사일러 특사가 왜 하필이면 한중이 부쩍 가까워지는 이 시점에 물러나는지 주목할 필요가 있다.

6자회담은 2008년 12월 수석대표 회동 이후 가동되지 않고있다. 북한이 4차 핵실험 징후까지 보이는데도 6자회담이 동력을 잃은 데는 번번이 합의를 깬 북의 책임이 가장 크다. 미국은 6자회담 재개 조건으로 북이 ‘핵과 미사일 실험 유예, 핵 활동 중단’ 등 비핵화에 진정성을 보여야 한다는 견해다. 반면 중국은 조건 없는 대화 재개를 요구한다. 확연히 다른 두 나라 사이에서 한국은 아직까지 해법을 찾지 못한 듯하다. 7월 이란 핵합의 이후 한국에서는 “이제 북한만 남았다”는 분위기지만 미국은 추가 제재 조치를 발표하는 등 현행 압박기조를 강화해 한미 간 엇박자가 아니냐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은 내일 한중 정상회담에 이어 다음 달 16일 오바마 대통령과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갖는다. 북핵 문제에 대한 미중 입장 차이를 중재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중국이 말하는 ‘한반도 비핵화’를 넘어서 창조적 해법을 모색하는 데 박 대통령이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방중(訪中)의 성공 여부도 북핵 문제 해법을 어떻게 찾느냐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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