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정치권의 행태가 매일같이 ‘도돌이표’다. ‘여야 협상→앵무새 주장→협상 결렬→국회 파행’의 악순환이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31일 여야 원내수석부대표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가 만난 ‘2+2 회동’도 1시간여 만에 결렬되면서 8월 임시국회 마지막 본회의는 끝내 무산됐다. 지난달 28일도, 30일도 마찬가지였다.
8월 임시국회가 ‘빈손 국회’로 끝나면서 결산 법적 처리시한(31일)도 끝내 지키지 못했다. 19대 국회는 임기가 시작된 2012년부터 4년 내내 단 한 번도 결산 처리시한을 지키지 않은 ‘위법 국회’가 됐다.
○ ‘남북 합의’만도 못한 ‘여야 합의’
여야 원내수석부대표인 새누리당 조원진, 새정치민주연합 이춘석 의원은 지난달 20일 합의문에 서명했다. 같은 달 28일 본회의를 열어 31일로 마무리되는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의 활동시한을 연장하고 이기택 대법관 후보자의 임명동의안을 처리하기로 한 것. 하지만 합의문은 본회의를 열기로 합의한 그날 휴지조각이 됐다.
새정치연합이 느닷없이 예결특위 내에 ‘특수활동비 개선 소위원회’를 구성하자고 주장한 것이 문제였다. 특활소위 구성을 본회의 개최의 전제조건으로 내건 야당 특유의 ‘끼워 넣기’ 본색이 발동한 것. 이종걸 원내대표는 31일 “9월 정기국회에서도 (소위 구성) 의지를 분명하게 관철하겠다. 여당과 정부는 피할 생각을 하지 말라”고 말했다. 요구가 관철되지 않을 경우 정기국회까지 파행 상태를 끌고 가겠다는 ‘선전포고’다.
새누리당은 새정치연합이 “화풀이 정치를 하고 있다”며 맹공을 퍼붓고 있다. 새정치연합이 국가정보원 해킹 의혹과 관련해 건진 게 없는 데다 한명숙 전 국무총리도 구속 수감되자 국정원과 검찰, 대법원 등의 특수활동비를 공개하려 한다는 얘기다. 원유철 원내대표는 이날 “야당 집권 기간에도 국가 안보를 위한 특수활동비를 공개한 적이 없다”며 “새정치연합은 지금이라도 냉정을 되찾고 화풀이식 정치 공세를 멈추라”고 촉구했다.
○ 여야, ‘압박카드’만 남발
새정치연합 이 원내대표는 이날 “여야 원내대표의 특수활동비 사용명세부터 공개하자”고 새누리당을 압박했다. 이에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는 분명한 답을 내놓지 않았다. 국회의 특수활동비를 공개하는 순간 정부의 특수활동비도 공개해야 한다는 여론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대신 새누리당은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특수활동비가 4000억 원에서 8000억 원으로 배나 늘었다”며 “그 사용명세도 다 공개할 수 있느냐”고 ‘맞불 작전’을 폈다. 새정치연합은 박근혜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인 2005년 8월 국정원의 특수활동비를 국회가 감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공격 포인트’로 삼고 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올해 6차례나 임시국회를 열었지만 ‘빈손 국회’로 끝나 국민에게 면목이 없다”며 “쟁점 법안을 가지고 여야 정책위의장과 관련 상임위원이 국민 앞에서 공개 토론을 벌이자”고 제안했다. ‘정책 대결’로의 전환을 시도하겠다는 포석이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야당 결재법’으로 불리는 국회선진화법에 대한 개정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김 대표는 이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나라가 망한다면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다. 우리가 잘못 만든 법이니 우리 스스로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여야의 ‘무한 정쟁’ 속에 정기국회의 시계(視界)도 흐릿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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