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시진핑 만날때마다 대북 메시지 단호해져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2일 03시 00분


[朴대통령 2일 訪中]2일 한중 정상회담… 시진핑과 북핵, 리커창과 FTA 논의
정상회담 메시지 주목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만난 두 정상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악수 하고 있다. 2일 중국으로 출국하는 박 대통령은 시 주석, 리커창 중국 총리를 만난 뒤 3일 베이징 톈안먼에서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중국의 전승절 70주년 열병식을 참관한다. 동아일보DB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만난 두 정상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해 7월 청와대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한 뒤 공동기자회견에서 악수 하고 있다. 2일 중국으로 출국하는 박 대통령은 시 주석, 리커창 중국 총리를 만난 뒤 3일 베이징 톈안먼에서 한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중국의 전승절 70주년 열병식을 참관한다. 동아일보DB
《 박근혜 대통령은 2일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한중 정상회담과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 참석차 출국한다. 이날 낮에 이뤄질 시 주석과의 정상회담은 6번째다. 박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건설적인 역할을 당부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를 만나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의 조속한 비준 등에 대해 논의한다. 3일에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는 처음으로 중국 전승절 기념행사와 열병식을 참관한다. 박 대통령은 4일 상하이에서 임시정부청사 재개관식에 참석해 광복 70주년의 의미를 되새기고 한중 비즈니스 포럼을 마친 뒤 귀국한다.》

2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열리는 한중 정상회담은 박근혜 대통령 취임 이후 여섯 번째 양국 정상의 만남이다. 국제 행사에서 조우한 것을 빼고 상대국 수도를 방문해 한 정식 회담은 세 번째다. 2013년 6월(베이징)과 2014년 7월(서울)로 회담이 이어질수록 양국 정상은 외교 사안에 대해 점점 더 선명한 메시지를 내왔다.

○ 전승절 직전 도발한 북한 응징에 공감


가장 관심을 끄는 것은 박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을 만나 어떤 대북 메시지를 전하느냐다. 북한은 이번 중국 전승절 행사를 앞둔 8월 4일과 20일 목함지뢰, 포격 도발을 잇달아 일으키고 준전시상태를 선포해 한반도 위기지수를 끌어올렸다. 중국이 자제를 권고하자 “지금 그 누구의 그 어떤 자제 타령도 정세 관리에 도움을 줄 수 없게 됐다”(8월 22일 외무성 성명)고 배격했다. 북한이 이례적으로 주체를 명시해 유감을 표명한 남북 고위급 접촉 결과에 박 대통령이 고무된 것도 변수다. 중국이 이에 호응해 북한을 응징하는 단호한 메시지를 낼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는 10월 10일 북한 노동당 창건 70주년을 전후해 추가 도발이 예상되는 북한의 행동에 사전 경고하는 효과도 있다.

중국도 북한을 꾸짖는 데 별 부담이 없다. 올해 3월 부임한 리진쥔(李進軍) 북한 주재 중국대사가 아직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와 만나지 못했을 만큼 관계가 불편하다. 리 대사가 지난달 31일 북한 매체에 북-중 혈맹을 강조하는 글을 게재했지만 이것만으로는 2012년 7월 류훙차이(劉洪才) 당시 대사가 능라유원지에서 김정은과 나란히 놀이기구 ‘회전매’를 탈 만큼의 친분과는 거리가 멀다. 한중 정상이 이미 지난해 북한 핵개발 반대를 천명했으며, 중국 정부가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한 지지를 밝힌 점도 중국의 부담을 더는 요소다.

○ 한국, 미국에 ‘9·3행사’로 부르며 조절

일본을 향한 메시지를 준비하는 사정은 다소 복잡하다. 전승절 행사 성격상 대일(對日) 메시지가 가장 앞서야 하지만 한미일, 중일 관계가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미국과 일본의 만류를 무릅쓰고 전승절에 참석한 박 대통령이 중국과 손을 맞잡고 대일 전선을 형성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 ‘항일 및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라는 전승절의 명칭 자체가 일본에 대한 명확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데 이를 더 부각할 필요가 있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한국은 ‘항일’이라는 성격이 부각되는 데 부담도 느끼고 있다. 1일(한국 시간) 미국 앵커리지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회담에서 한국은 시종일관 중국 전승절 행사를 ‘9·3행사’라고 부르며 의미를 희석하려고 애썼다. 외교 소식통은 “9·3행사라는 호칭이 짧아서 효율적인 데다 가치 중립적 표현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중 정상회담에서도 대일 메시지는 우회적인 모습으로 나올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박 대통령의 열병식 자리 배치나 호명 순서 등 의전이 대단한 예우인 것처럼 평가하는 데 대한 경계감도 나온다. 중국으로선 ‘특별한 손님’인 한국 대통령을 각별히 대우하는 게 당연하지만 그럴수록 열병식 참석을 못마땅해하는 미국 일본 등을 자극하는 역효과가 난다. 한국에서의 고평가와 달리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의 열병식 참석자 명단을 보면 박 대통령 이름은 벨라루스, 보스니아 등에 이어 13번째로 올라 있다. 특별한 순서가 아니라 국가명 알파벳순으로 취급된다는 지적도 없지 않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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