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불안정 해소 기여” “북핵 관련 구체합의 못이뤄”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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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中전승절 참석]한중관계 전문가 평가

“안미경중(安美經中·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 우선)이라는 기존의 도식을 깨는 정상회담이었다.”(김성한 고려대 교수)

“한중일 정상회의로 동북아의 불안정 상태가 해소될 가능성이 생겼다.”(신각수 전 주일 대사)

전문가들은 2일 한중 정상회담과 3일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전승절 열병식 행사 참석을 통해 양국이 경제 협력을 넘어 안보·정치 분야까지 협력을 확대해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로 발전할 계기를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또 한중일 정상회의 성사에 합의해 한국이 동북아 질서 변화를 주도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왔다. 반면 한중 정상 간에 북핵 문제를 해결할 구체적인 합의가 나오지 않은 점은 아쉽다는 의견도 있었다.

○ “남북 관계 해결의 모멘텀 찾아”

중국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박 대통령에게 보여준 환대는 한중 간의 우호적인 분위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모습이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했다. 권영세 전 주중 대사는 “통상 국제적 행사에서 개별 정상회담은 짧을 수밖에 없다”면서 “박 대통령이 시 주석과 30분 이상 정상회담을 한 데 이어 1시간 오찬까지 함께한 건 특별한 예우를 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시 주석이 한반도 긴장 조성에 반대하고, 박 대통령이 이야기한 평화통일에 동의한 것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신 전 대사는 “우리가 중국에 적극적 역할을 주문했고 시 주석이 호응했다는 점에서 남북 합의를 기반으로 남북 관계를 풀어가기 위한 모멘텀을 찾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반면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부 교수는 “박 대통령이 열병식에 참석해 시 주석의 체면을 살려줬고 남북 간 대화 분위기도 조성된 만큼 기대가 컸는데 실질적인 이행사항을 합의한 게 없다”고 지적했다. 신상진 광운대 국제학부 교수도 “중국이 북핵 문제, 한반도 통일에 대한 기본 입장에서 큰 변화가 있었던 것 같지는 않다”고 말했다.

북-중 관계를 두고는 전망이 엇갈렸다. 주 교수는 “최룡해 북한 노동당 비서에 대한 중국의 태도를 보면 시 주석이 북한과 대화할 의지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신 전 대사는 “중국 시각에서는 최룡해가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보다 더 의미 있는 인사”라며 “단순히 북-중 관계를 냉각상태로 봐선 안 된다”고 밝혔다.

○ “시 주석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박 대통령뿐”

박 대통령의 방중에서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에 의견을 모은 것에 대해선 긍정적인 평가가 많았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한중일 협력체제의 정상화가 불필요한 역사 갈등 문제로 나아가지 못했던 점을 변화시킬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주 교수는 “한중일 관계에서 시 주석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박 대통령뿐인데 주도권을 갖고 잘 접근했다”고 말했다.

권 전 대사는 “그동안 한중일 정상회의에 소극적이었던 중국의 동의를 받아낸 것은 성과”라면서도 “미국의 시각으로는 ‘한국이 중국하고만 어울리고 일본은 배제하는’ 것처럼 보이는 상황을 불편하게 생각했을 것”이라고 해석했다.

향후 한중 관계 발전에 대해서는 전통적인 한미 동맹이 바탕이 돼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신 교수는 “미국이나 일본의 시각에서 한국이 친중 노선으로 경도되고 있다고 우려할 수 있다”며 “그럴수록 한미 동맹을 더욱 건실하게 심화시켜 나가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김 교수는 “한국의 외교안보 중심축은 한미 동맹, 북한 문제 해결을 위한 중심축은 한미일 공조 체제”라며 “한미중 전략대화를 성사시키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 중국, 열병식으로 대내적 결속·대외적 위상 노려

이날 세계에 생중계된 중국 전승절 열병식은 중국인의 자부심을 한껏 끌어올려 대내적 갈등을 완화시키는 데 기여할 것으로 분석됐다. 주 교수는 “그동안 시 주석이 반부패 정책을 진행하면서 정치적 혼란이 빚어졌으나 이번 행사를 계기로 내부 결속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외적으로는 일본과 미국에 중국의 힘을 보여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신 전 대사는 “항일 승리 기념행사에서 선보인 화려한 열병식은 일본의 역사수정주의에 대한 경고적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미국이 반세기 이상 누려온 군사적 패권을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국가가 중국이라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이 현대식 최첨단 무기를 공개하면서 동시에 시 주석이 ‘30만 병력 감축’ 등을 선언한 것은 국제사회의 견제를 피하려는 의도라는 평가도 있다. 권 전 대사는 “중국은 굴기를 보여주면서도 패권을 추구하는 것으로 보이지 않기 위한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며 “병력 감축도 균형점을 찾기 위한 노력 중 하나”라고 분석했다.

장택동 will71@donga.com·차길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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