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밤샘 협상이었다. 지난달 25일 무박 4일간의 협상 끝에 남북 고위급 접촉이 타결된 데 이어 남북 적십자 실무자 접촉도 23시간 20분에 걸친 무박 2일의 협상으로 마무리됐다.
협상이 길어진 것은 이산가족 상봉 일정을 잡는 데 남북 간 의견차가 있었기 때문이다. 과거 이산가족 상봉 과정에서 북측은 생사 확인을 비롯해 이산가족 상봉자들을 평양에 모아 사전교육을 하고 의상을 준비하는 등의 작업에 평균 한 달 이상 걸렸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때문에 가급적 빠른 시일 안에 행사를 개최하기 원했던 남측과 일정 조율이 원활치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남측 수석대표인 이덕행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은 8일 실무접촉 합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북측은 추석 연휴도 있고 내부 행사도 있기 때문에 늦추는 것이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북한의 내부 행사는 다음 달 10일 노동당 창건일 70주년 기념행사를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회의 중간에 수시로 상부의 지시를 받는 방식도 시간을 끈 요인이다. 일일이 윗선의 승인을 받다 보니 협상보다는 윗선의 지시를 기다리는 데 시간을 써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남북은 이번 협상에서 수석대표 접촉과 전체회의 등 총 11차례 만났다고 한다.
북측 대표단은 이번 실무접촉 과정에서도 자신의 표준시에 맞춰 오전 10시가 아닌 10시 30분에 평화의 집에 도착했다. 다음 달 이산가족 상봉이 진행될 때도 남측 이산가족들은 상봉 예정 시간보다 30분을 더 기다려야 가족을 만나는 게 아니냐는 예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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