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땅콩 회항’, ‘롯데 형제의 난’,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 등과 관련한 이슈가 많아 대기업 총수들의 국감 출석이 줄을 이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8일까지 증인으로 채택된 재벌 총수는 거의 없다. ‘롯데 사태’의 당사자로 여러 상임위에서 증인 신청이 빗발친 신동빈 롯데 회장만 정무위 출석이 확정된 상태다. 다만 신 회장의 출석 시기를 놓고 여야가 신경전을 펴고 있다.
이런 모습은 국감 시즌만 되면 익숙한 풍경이다. 지난해에도 여야 의원들은 국감을 앞두고 대기업 총수들을 대거 증인으로 신청했지만 실제 채택까지 이어진 경우는 드물었다. 말 그대로 ‘변죽만 울린’ 것이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일부 대기업의 경우 책임이 있는 총수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나와 설명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의원들의 행태는 무성의하다는 지적을 받을 만했다. “대기업 총수의 국감 출석이 불발되더라도 일단 증인 신청이나 하고 보자”는 분위기가 팽배했던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음습한 뒷거래가 이뤄진다는 것이 정설이다.
국회 관계자는 “일단 대기업 오너의 이름이 거론된 순간 주요 임원들은 관련 의원들을 만나 증인 명단에서 이름을 빼기 위해 지역구 민원 등을 두고 협상하기 시작한다”고 전했다. 전문 경영인 대신 대기업 총수들을 불러야 기업이 즉각 반응하는 기업의 생리를 잘 알고 있다는 것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의원들 사이에선 “어느 의원이 누구를 왜 증인으로 신청했는지 투명하게 공개하자”라는 대안이 나오고 있다. 새누리당 김정훈 의원이 제안한 ‘증인 신청 실명제’가 대표적이다. ‘거래용’ 증인 신청을 막자는 취지지만 제대로 지켜질지는 미지수다. 대기업 총수에 대한 ‘망신 주기’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대기업의 문제점을 차분하게 따지려는 실질적인 노력이 중요한 것 아닐까. 이제는 의원들이 제사보다 젯밥에 더 관심을 갖는 구태는 사라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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