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7일 대구를 방문하면서 지역의 여당 국회의원들을 부르지 않아 쑥덕공론이 나오던 차에 어제 인천 방문 때는 지역 여당 국회의원들을 초청해 논란이 한층 가열되고 있다. 대구 지역 국회의원들을 부르지 않은 것이 청와대나 대구시의 설명과는 달리 다분히 의도적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국회법 개정과 관련한 ‘유승민 파문’ 때 대구 지역 여당 의원들 상당수가 유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 편을 든 데 대한 일종의 경고이자 책임 추궁이라는 해석이다.
청와대는 “대구의 경우 행사의 집중도를 높이기 위해 대구시에서 지역 의원들의 참석 자제를 요청한 것이고, 인천의 경우 17개 광역시도가 주체가 되는 행사인 만큼 인천시에서 여야 의원들을 초청하기로 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상식이나 전례에 비춰 보면 궁색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대통령 관련 행사는 청와대가 참석자는 물론이고 대통령의 동선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사전에 결정하고 체크한다. 대구시 쪽에서도 “우리가 어떻게 마음대로 국회의원들을 뺄 수 있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사실 박 대통령이 ‘유승민 파문’을 겪으면서 “배신의 정치” 운운할 정도로 대구 지역 새누리당 의원들에게 서운한 감정을 느꼈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그렇다고 대통령의 공식 행사에 이들의 참석을 배제하는 식으로 자신의 감정을 표출한 것이라면 대통령답지 못한 처사다.
안종범 대통령경제수석비서관과 신동철 정무비서관, 안봉근 국정홍보비서관이 박 대통령의 대구 방문을 수행한 것을 두고도 여러 가지 해석이 나온다. 항간의 추측처럼 내년 총선에 이들을 공천하기 위한 의도에서라면 여당의 자중지란을 초래할 수 있는 악수(惡手)다. 박 대통령으로서는 임기 후반기는 물론이고 퇴임 후에도 확실하게 자신을 밀어줄 우군이 필요하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의 미래를 지켜주는 것은 국민이지 측근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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