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약 혁신안이 끝까지 통과되지 못하면 저는 당 대표직에서 물러나겠습니다. 당 대표에 나설 때 저는 우리 당을 국민에게 사랑받고 신뢰받는 수권정당으로 바꾸겠다고 약속했습니다. 혁신이 실패한다면 당연히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안도현 시인(@ahndh61)은 자신의 트위터에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긴급 기자회견 내용을 이렇게 정리했다. 문 대표 지지자들은 이처럼 재신임 소식을 빠르게 퍼 나르며 당내 비주류 의원들을 향해 맹공을 퍼붓기 시작했다.
문 대표는 9일 혁신안이 통과되지 못하면 대표직을 사퇴할 것이고 혁신안이 통과돼도 당원과 국민들에게 재신임을 묻겠다는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기자회견문 전문을 올린 문 대표의 페이스북 페이지에는 10일 오전 현재 ‘좋아요’가 4498개, 댓글이 403개, 공유가 200개가 달렸다. 위기감을 느낀 문 대표 지지자들이 대거 소셜 미디어에 결집하고 있다.
안철수 의원의 ‘혁신위 실패론’으로 촉발된 새정치연합의 내홍이 정점을 향해 치닫고 있다. 송호창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혁신안은 성경말씀이 아니다”라며 문 대표의 기자회견에 대해 ‘잘못’이라는 표현으로 강력하게 비판했다. 문 대표의 재신임 발표를 혁신안 비판에 대한 재갈 물리기로 본 것이다. 안철수 의원 역시 실망했다는 말로 기자회견에서 일갈했다. “저를 보지 말고 국민을 보라”고도 했다.
혁신위 활동을 적극 옹호하는 선봉엔 서울대 조국 교수가 있다. ‘혁신’ 키워드를 포함한 베스트 리트윗 문서 10개 안에 조국 교수의 트윗이 8개나 포함됐다. 그 가운데 가장 많은 리트윗을 기록한 글은 “여야를 막론하고 ‘혁신위’ 또는 유사 조직에 권한을 위임한 후 활동이 마무리되기 전에 소속 의원들이 집단적으로 나서 ‘실패했다’고 말하며 공격한 예가 있는지 찾아보았는데, 없네요”였다. 안 의원을 직접 겨냥한 글로 800회 가까이 퍼져 나갔다.
1일부터 9일까지 10일 동안 트위터와 블로그 등 소셜 미디어에서 야당의 혁신을 언급한 글은 모두 6만1613건이 검색됐다. 문 대표가 기자회견을 가진 9일 하루에만 1만2828건을 기록해 정점을 찍었다. 당내의 강력한 파열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의 관심은 그만큼 뜨겁지 않았다고 분석할 수 있다. 지지자들과 반대파가 격한 언어로 대립하고 있을 뿐 다수의 국민은 차가운 시선으로 야당의 분열을 바라보고 있다는 뜻이다.
‘혁신’과 함께 언급된 전체 연관어 1위는 2만6034건의 안철수 의원이 차지했다. 이번 혁신 논란의 정중앙에 안 의원의 혁신실패론이 자리한 것이다. 2위는 1만6673건의 문재인 대표가 차지했다. 4위에 김상곤 혁신위원장이, 6위에 김한길 전 대표가, 9위에 조국 교수가 올라 전체 연관어만 봐도 혁신안을 옹호하는 당권파와 비판하는 비주류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3위는 1만662건의 국민이 차지했는데, 이는 안 의원의 “국민에게 감동을 못 줬으면 실패한 것”이라는 주장에 대한 논란이 뜨거웠다는 뜻이다.
정의당의 노회찬 전 의원은 “안철수 의원은 국민들이 혁신위에서 뭘 발표했는지도 모른다고 지적하는데, 안철수 의원이 혁신안의 뭘 문제 삼는 건지 아는 국민들도 없어요”라며 양 진영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 밖에 공천, 실패, 제도, 총선 등이 전체 연관어 1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모두가 국민을 말하지만 국민의 마음은 여전히 차갑기만 하다. 조원씨앤아이가 10일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새정치연합 혁신의 성과가 없을 것이라는 응답이 64.0%나 됐다. 성과가 있을 것이라는 응답은 23.3%에 불과했다. @nudg***는 10일 트위터에 “새정치연합은 어느 나라 정당인지? 국민을 위한 것은 대충하고 지들 밥그릇 싸움은 목숨 걸고 한다 ㅎ, 국민을 위해 목숨 걸면 혁신 안 해도 국민이 지지한다. 바보인가?”라며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국민을 위해 목숨 거는 게 혁신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안 의원은 네 개의 질문을 던졌고, 문 대표는 당 대표직을 걸었다. 그런데 지금 새정치연합엔 네 가지 질문이 아니라 단 한 개의 질문이 필요하고, 재신임을 물을 것이 아니라 진심을 다한 소통이 필요하다. 단 한 개의 질문은 무엇일까. 사실 모두가 알고 있다. “총선 승리를 위해 무엇을 할 것인가?”
지금 야당이 국민 곁으로 가는 유일한 길은 서로를 향한 밀실 공격을 거두고 국민대토론의 광장에 당당하게 나서는 것이다. 실낱같은 희망은 오직 거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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