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장은 17개 광역 자치단체장 가운데 유일한 장관급이다. 그 아래 차관급 부시장으로 행정 1, 2부시장과 정무 부시장 등 3명을 둔다. 박원순 서울시장이 경제 문화 도시재생 기후환경 등 분야별로 ‘책임부시장’을 도입해 부시장을 7명으로 늘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실, 본부, 국 같은 행정기구도 17개 이내에서 23개로, 3급 이상의 시 보좌기구(기획관) 역시 7개에서 14개로 늘릴 방침이다. 인건비 절감을 위해 2007년 폐지한 ‘여유 기구(규정 외 초과기구)’ 제도도 다시 도입하기로 했다.
지방자치 시행 20년간 중앙정부에서 이관받은 사무는 17배, 예산은 3배 늘었기 때문에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려면 행정조직 확대가 필요하다고 서울시는 설명한다. 그러나 고위직이 적어 행정이 어렵다는 주장은 전형적인 관료 편의주의 발상이다. 고임금 고위직을 줄이고 조직을 슬림화하면서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 기업과 정부의 행정개혁 트렌드다. 인구 100만 명이 안 되는 세종시, 제주도의 부단체장이 2명인 것과 비교해 인구 1000만 이상인 서울시의 부시장 3명은 너무 적다는 논리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런 식이라면 서울보다 인구가 많은 경기도의 고위직도 늘려줘야 할 판이다.
현행 지방자치법은 부시장 수를 ‘3명을 넘지 않는 범위’로 규정하고 있다. 행정기구와 3급 이상 보좌기구 확대도 대통령령을 개정해야 하므로 모두 서울시가 독자적으로 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당장 행정자치부가 법령 개정을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나 야당이 국회선진화법 개정과 ‘빅 딜’에 나선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닐지 모른다.
어제 차기 대선주자를 묻는 한국갤럽 조사에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15%)와 함께 선호도 1위에 오른 박 시장으로선 챙겨줘야 할 사람이 많은 모양이다. 가뜩이나 경제가 어려운데 혈세로 측근 인사 감투 잔치를 벌인다면 서울 시민의 공감을 얻기 어려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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