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치민주연합의 계파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고 있는 형국이다. 내홍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고 판단한 당내 3선(選) 의원들은 11일 오후 긴급회동을 한 뒤 심야에 서울 시내 한 호텔에서 문재인 대표를 만나 재신임 조사 연기를 제안했지만 끝내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문 대표는 11일 자신에 대한 재신임 조사 방식과 시기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면서 당내 비노(비노무현) 진영의 강한 반발을 샀다. 비노 진영은 “반대편은 버리고 가겠다는 마이웨이 선언”이라며 일전불사의 태세를 보였지만, 문 대표 측은 “당을 안정시키고 장악력을 회복하기 위한 ‘고육지계’”라고 버텼다.
중재에 나선 이석현 국회부의장 등 중진 의원 17명은 “당내 문제는 국감이 끝난 뒤에 본격적으로 논의하는 게 좋겠다”는 결정을 내렸고, 이 부의장과 박병석 의원이 문 대표와의 담판에 나섰다. 하지만 문 대표는 뜻을 꺾지 않았다.
중진들은 “재신임 투표와 (16일 예정된) 중앙위원회를 모두 연기하자”고 주장했고, 문 대표는 “재신임은 추석 전까지 미룰 수 있지만 중앙위는 연기할 수 없다”고 맞섰다.
○ 계속되는 문 대표의 전격 발표
김성수 대변인은 이날 오전 10시 반경 “문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13∼15일 사흘 동안 실시하고 그 결과를 16일 중앙위원회 직후 발표키로 했다”고 밝혔다. 전 당원 ARS 투표와 2000명 대상의 국민여론조사를 실시해 어느 한쪽에서라도 불신임을 받으면 그 결과에 승복하겠다는 뜻도 천명했다. 전 당원 투표 및 국민여론조사 관리위원회(위원장 신기남)도 구성했다.
앞서 열린 당 확대간부회의에서는 신중론이 대다수였다. 오영식 최고위원은 “통합 없는 혁신으로는 다가오는 총선에서 승리하지 못한다”며 “16일 중앙위 개최 및 재신임 투표를 재고해줄 것을 강력히 요청한다”고 했다. 유승희 최고위원도 “몰아붙이지 말고 충분한 토론을 먼저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비공개로 전환된 회의에서 문 대표는 당초 중앙위 개최 이후 재신임을 묻기로 한 계획과 달리 13∼15일 여론조사 등 재신임 방식과 시기에 대한 자신의 복안을 밝혔다. 전병헌 최고위원을 제외한 모든 최고위원은 반대했다. 발언이 이어지자 문 대표는 “국정감사에 참석해야 한다”며 지도부의 추인 없이 김 대변인을 통해 재신임 계획을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 출구 없는 극한 대결
재신임 카드를 놓고 야당은 내전(內戰) 상태에 들어간 분위기다. 김동철 장병완 등 의원 8명은 성명을 내 “일방적으로 재신임 일시와 방법을 정한 재신임 절차는 정치적으로나 법률적으로 무효”라며 “어떠한 결과가 나와도 누구도 승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범친노인 정세균 상임고문도 이날 “당 대표는 어려움이 있더라도 갈등과 분열을 극복해야지 상대를 제압하려고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김부겸 전 의원은 “재신임 카드를 내리고 당의 화합을 요청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한 재신임 방식에 대해 ‘꼼수’라는 비판도 나왔다. 통상 친노 진영에 불리한 것으로 여겨지는 당원투표가 권리당원이 아닌 일반당원까지 범위가 확대됐기 때문이다. 한 비노 인사는 “지난해 기초선거 무공천을 결정할 때는 권리당원만 대상이었다”며 “150만 명의 전 당원 투표는 친노 측에 유리한 국민 여론조사와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반면 문 대표 핵심 측근인 노영민 의원은 “대표는 자신의 거취에 대한 결정은 최고위원의 권한 밖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정치생명을 걸고 대표가 재신임 의사를 밝혔는데 하루도 안 돼 ‘조기 전당대회’ 주장이 나오는 것을 보고 더이상의 논의는 의미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것.
일각에선 새정치연합의 고질적인 계파주의, 분파주의를 깨지 못하는 한 당 대표 리더십의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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