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 “혁신 아닌 유신” 집단퇴장… 親盧, 상처뿐인 승리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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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정치聯 혁신안 가결]

조경태 “회의공개” 요구… 비공개로 회의 종료 새정치민주연합은 16일 중앙위원회에서 공천혁신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비노 진영의 조경태 의원(왼쪽 사진)은 “회의를 언론에 공개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그러나 혁신안은 끝내 
통과됐고 중앙위원들이 밝은 표정으로 회의실을 나오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조경태 “회의공개” 요구… 비공개로 회의 종료 새정치민주연합은 16일 중앙위원회에서 공천혁신안을 통과시켰다. 이날 비노 진영의 조경태 의원(왼쪽 사진)은 “회의를 언론에 공개해야 한다”며 반발했다. 그러나 혁신안은 끝내 통과됐고 중앙위원들이 밝은 표정으로 회의실을 나오고 있다. 전영한 기자 scoopjyh@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초유의 ‘재신임 국면’ 1라운드는 친노(친노무현) 진영의 승리였다. 16일 당 중앙위원회에서 공천 혁신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비노(비노무현) 진영은 강하게 반발하며 퇴장했다. ‘상처뿐인 승리’였다.

○ ‘무기명 투표’ 거부하자 비노 집단 퇴장

이날 오후 2시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 중앙위에는 재적 576명 중 417명이 참석했다. 중앙위 개최와 문재인 대표의 재신임 투표에 반대해온 비노 진영 의원들도 대부분 참가했다.

회의 시작부터 친노-비노 진영은 표결 방식을 놓고 언성을 높였다. 설훈 의원 등 친노 진영은 “혁신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자”고 요구했다. 그러자 비노 진영인 문병호 김동철 의원은 “무기명 비밀투표를 진행해야 한다”고 맞섰다.

김성곤 중앙위 의장이 “관례에 따라 무기명 투표는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하자 회의장은 술렁였다. 박지원 안민석 유성엽 황주홍 권은희 의원 등 비노계 의원들이 회의장을 박차고 나갔다. 현역 의원 외에 중앙위원 50여 명도 집단 퇴장했다. 뒤늦게 회의에 참석한 박영선 의원도 “표결인 줄 알고 왔는데 투표가 아니다”며 곧바로 자리를 떴다. 박원순 서울시장과 친노 내부에서 ‘2선 후퇴’를 요구받은 이해찬 의원은 집단 퇴장이 이뤄지기 전에 회의장을 떠났다. 정세균 의원과 비노 진영의 수장 격인 김한길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해외 국정감사로 불참했다.

문병호 의원은 “구성원의 의견을 모으지 않고 ‘무조건 (혁신안을) 통과시켜야 한다’는 일방통행식 회의는 비민주적이고 독선적인 당 운영”이라고 성토했다. 최원식 의원은 “혁신이 아닌 유신(維新)이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 ‘반쪽’의 만장일치 박수

뒤숭숭한 분위기 속에서도 중앙위는 박수를 치며 만장일치로 혁신안을 의결했다. 문 대표는 “절대 다수가 혁신안에 동의해 만장일치로 통과했다”며 “우리 당을 단합하고 통합시켜 이기는 정당으로 만들어 달라는 중앙위원들의 간절한 요구를 받들어 제대로 해 나갈 책무가 저에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격적인 ‘재신임 카드’까지 꺼내 들며 혁신안의 중앙위 통과에 매달렸던 문 대표 측은 혁신안 통과로 자신감을 되찾은 분위기였다. 그러나 적지 않은 의원들은 “진짜 갈등은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지적했다. 이종걸 원내대표는 “통합을 위한 ‘대통합추진기구’(가칭)를 구성해 대표와 원내대표가 직을 걸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재천 의원 등 비노 진영은 중앙위가 끝난 뒤 성명을 내고 “9일 최고위원회에서 7명 중 4명의 최고위원이 혁신안의 당무위 상정을 반대했음에도 문 대표가 일방적으로 의결했다”고 비판했다. 이어 “문 대표의 재신임 문제와 직결된 인사 안건임에도 당사자(문 대표)를 앞에 두고 공개투표를 진행한 건 사실상 찬성을 강요한 셈”이라고 주장했다. 친노로 분류되는 김두관 전 경남지사도 이 성명에 동참했다.

○ 조국 “문 대표, 백의종군해야”

주승용 최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어떤 분은 3김 시대 이후 종말을 고했던 제왕적 총재 시대가 부활하는 것 같아 씁쓸하다는 말도 했다”며 “힘으로 밀어붙이는 패권정치와 결연히 맞서 싸울 것”이라고 했다. 이번 국면의 2라운드인 ‘재신임 투표’에 대한 비노 진영의 파상 공세를 예고한 것이다. 이날 중앙위에서는 친노의 우세가 드러났다. 향후 비노 진영이 반발하더라도 당의 권력 지형을 뒤흔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당직자는 “힘과 조직력에서 친노가 비노를 압도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친노 진영은 전날(15일)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참여경선제)를 선호하는 비노 진영에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결의안도 중앙위에서 함께 처리하자”며 물밑 협상을 벌였지만 성사되지 않았다. 문 대표가 이날 모두발언에서 “저는 오픈프라이머리를 공약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그것이 중론이면 언제든 받아들일 수 있다”고 언급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혁신안과 재신임을 연계한 문 대표의 승부수가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있다. 한 수도권 원외위원장은 “혁신안에 반대하지만, 혁신안이 통과 못하면 대표가 그만둔다는데 어떻게 하느냐”며 “문 대표가 사퇴하면 당이 혼란에 빠져들고, 총선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마지못해 찬성한 중앙위원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문 대표와 가까운 조국 혁신위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혁신안이 실천되고 재신임이 이뤄지면 문 대표가 백의종군을 포함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재신임 국면이 정리된 이후에 문 대표가 거취를 거는 승부수를 던져야 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조 위원은 전날 여의도 정치권과 거리를 두겠다고 밝혔다.

한상준 alwaysj@donga.com·길진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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