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추시보 “北때문에 가장 곤란한 나라는 中” 직설적 비판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9월 17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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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핵도발 우려 확산]
中 관영매체, 北 핵위협 일제히 경고

장거리 로켓 발사 및 4차 핵실험을 시사한 북한의 언동에 대해 중국 관영 매체들이 약속이나 한 듯 일제히 내놓은 북한 비판은 우선 과거 북한의 미사일 발사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신속하고 강경했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핵실험 가능성만 시사한 것인데도 빠르게 비판 여론을 내놓은 것도 전례가 없다. 더구나 북한이 실제로 발언을 행동에 옮길 경우 가장 손해를 보는 나라는 ‘중국’이라거나 가장 큰 피해는 서울 시민이 입게 될 것이라는 표현까지 있어 변화된 한중, 북-중 관계를 시사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영변 핵시설이 재가동되고 있다고 북한이 밝힌 지 5시간 만인 15일 오후 10시 9분(한국 시간)에 신속하게 “영변의 핵 활동, 조선(북한)은 무슨 신호를 보내나?”라는 ‘독점 인터뷰’를 인터넷판에 실었다. 신화통신이 운영하는 자체 연구소인 ‘세계문제연구중심’의 가오하오룽(高浩榮) 연구원과의 단독 인터뷰 기사 형식이었지만 중국 정부가 간접적으로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와 4차 핵실험에 대해 반대를 나타내며 경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통신은 “북한의 행동은 얼마 전 성과를 거둔 남북 당국 회담에 영향을 줄 것이며 특히 다음 달 이산가족 상봉이 실현될지 우려를 더하고 있다”며 남북 관계에 악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북한이 위성 발사 시기를 특정하지는 않았지만 실제로 발사되면 제재가 더욱 가중되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고도 했다.

이어 “무엇보다 영변 핵시설을 운영할 경우 미국 일본 한국은 가만히 두고 보지 않을 것이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조치를 촉구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제재 주체로 한미일을 언급한 간접 발언이긴 하지만 혈맹으로까지 불리는 북한에 대한 제재를 촉구하고 여기에 대해 중국 정부도 동의한다는 뜻을 담은 발언으로 해석된다.

통신이 북한의 행동을 세 가지 의도로 분석하는 설명에서 “새로운 동작을 취하는 것(일을 벌이는 것)은 국제사회의 관심을 끌기 위해 북한이 ‘습관적으로 하는 수법(慣常做法)’”이라고 표현한 것이나 국제사회를 ‘무시’하고 스스로를 ‘과시’하려 한다는 표현도 북한을 자극할 수 있는 민감한 대목이다.

반관영통신 중국신원왕(新聞網)도 16일 오전 1시 43분에 인터넷에 장문의 분석 및 해설을 올렸다. 이 통신은 “안보리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핵무기 보유를 고집하는 것은 북한 주도의 통일을 이루기 위한 것”이라는 장롄구이(張璉괴) 중앙당교 교수의 말을 전했다. 이어 영변 핵시설로 매년 4, 5개의 핵무기를 만들 수 있다는 한국 언론 보도를 전하면서 “한국 수도권의 2000만 명 인구가 머리에 폭탄을 이고 있는 것으로, 무슨 사고라도 나면 그 피해는 서울까지 미친다”며 남한 상황을 걱정하는 발언까지 실었다.

중국신원왕은 또 “이란 핵협상이 타결된 후 북한 핵협상이 (지구촌의 마지막) 관심이 되고 있으나 그(이란)와 같은 ‘가장 좋은 기회’를 북한은 놓치고 있는 듯 보인다”며 “언제 다시 그런 기회가 올지도 예상할 수 없다는 인식이 퍼지고 있다”고도 했다.

관영 환추(環球)시보는 16일 ‘북한의 행동으로 가장 곤란한 나라는 중국’이라고 했다. 환추시보는 ‘북한의 위성 발사와 핵시설 재가동은 악순환 초래’라는 제목의 사설에서 “북한이 이번에 ‘위성’을 발사한다면 안보리 제재를 받을 것이고 북한은 이에 반발해 4차 핵실험을 할 위험이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며 “이는 북핵문제 해결에 있어 매우 실망스러운 악순환의 고리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신문은 ‘북한이 평화적으로 우주를 개발할 권리는 있겠지만 대륙간탄도미사일이 아닌 기상 위성이라고 하는 (북한의) 주장이 국제사회, 특히 한미일 3국을 믿게 할 수 없다는 것이 문제’라면서 ‘북-중 정상이 취임 이후 한 번도 만나지 않은 것은 분명히 비정상적’이라고 표현해 한반도 위기 국면에서 중국의 대북 영향력이 커져야 함을 간접적으로 암시했다.

중국은 2013년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한미가 협의한 유엔 안보리의 대북 제재 결의안을 미국과 논의하는 과정에서 북한에 유리한 방향이 담길 것을 주장해 결의안 내용을 약화시켰다.

중국 관영매체의 주장은 곧 당과 정부의 입장이니만큼 이번에 이례적으로 북한에 대한 강경 발언을 쏟아낸 시진핑(習近平) 정부가 향후 북한의 행동에 대해 단지 말이 아닌 실질적 행동을 보여줄지 주목된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환추시보#북핵#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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