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패소한 사건에서 기업을 대신해 소송에 나선 법률대리인의 70%가 김앤장법률사무소 등 대형 법무법인(로펌) 3곳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로펌에는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인사가 대거 포진해 있어 이들이 기업들에 법망을 피해갈 수 있는 ‘길잡이’ 역할을 해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7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신학용 의원에 따르면 2006∼2013년에 확정된 공정위의 행정처분 소송 394건 중 공정위가 패소(일부패소 포함)한 사건은 125건(31.7%)이다. 공정위 패소사건의 기업 측 법률대리인을 확인한 결과 김앤장법률사무소가 53건(42.4%)으로 가장 많았다. 법무법인 율촌이 19건(15.2%), 태평양 18건(14.4%)으로 뒤를 이었다. 공정위가 패소한 사건의 70% 이상이 대형 로펌 3곳에 집중된 셈이다. 해당 로펌들이 공정위를 상대로 판결을 뒤집을 수 있는 데에는 이들이 영입한 공정위 출신 인사들의 영향력이 적지 않다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이상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실에 따르면 10대 로펌의 담당 변호사·고문·전문위원 등으로 근무하는 공정위 퇴직자 또는 자문위원 출신은 63명이었다. 김앤장이 15명으로 가장 많았고 광장(13명) 화우(8명) 순이었다.
최근 공정위의 패소율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정위가 막대한 과징금을 매기고, 해당 기업은 대형 로펌을 고용해 과징금을 돌려받는 일종의 ‘먹이사슬’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공정위가 과징금을 매기면 업계는 행정소송을 통해 몇 년 뒤 일부 또는 전부를 돌려받는 걸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런 과정에서 공정거래법에 대한 노하우와 관련 네트워크를 가진 공정위 출신 인사들이 중용될 수밖에 없다.
이에 대해 이 의원은 “공정위 출신 인사들이 로펌에 취직해 기업들의 ‘해결사’ 역할을 하는 일이 없도록 퇴직공직자 재취업 금지제도가 강화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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