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오전 10시 40분경 국회 의원회관에 들어선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좀처럼 거르지 않았던 최고위원회의에 불참했고 국군의 날 행사에도 가지 않은 배경을 놓고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김 대표는 “감기가 재발해 몸이 안 좋아 늦게 일어났다”고 해명했지만 ‘안심번호 국민공천제’를 문제 삼는 청와대와 친박(박근혜)계의 협공에 정면충돌하는 모습을 피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위기로 받아들여졌다.
김 대표의 행보를 놓고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최고위 보이콧은 서청원 최고위원이 선봉에 선 친박계의 파상 공세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나온 ‘김 빼기’ 작전이라는 말도 나온다. 공개석상에서 고성이 오가는 볼썽사나운 장면을 피하는 대신에 독자적인 여론전을 펼치겠다는 포석이라는 것.
실제로 김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친박계의 문제 제기에 대해 적극 반박했다. 친박계가 “오픈프라이머리에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한 발언을 놓고 책임론을 부각시키자 “반문해 보겠다. 보수혁신위원회와 의총에서 수차례에 걸쳐 토론한 결과 당론으로 (오픈프라이머리를) 채택했다. 당 대표가 노력하는 차원에서 정치생명을 걸겠다고 한 게 잘못됐느냐”고 받아쳤다.
김 대표 측은 친박계가 공천 룰 전쟁에서 원하는 것은 결국 전략공천을 통한 지분 요구라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 김 대표가 연일 “내가 있는 한 전략공천이 없다”고 강조하는 것도 이 같은 의도를 차단하려는 포석이라는 설명이다. 김 대표 측은 전략공천 논의가 끝내 거부될 경우 친박계의 김 대표 흔들기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 대표가 최근 측근들에게 “(친박계가) 나를 끌어내리려고 비판만 하는 게 아니냐”고 격앙된 반응을 보인 것도 이 같은 분위기 때문이다.
하지만 김 대표는 청와대와의 물밑 채널을 가동해야 한다는 의지가 강하다고 한다. 연락 채널은 박근혜 대통령의 ‘뜻’을 온전히 반영하는 사람이어야지, 제3자가 ‘호가호위(狐假虎威)’하는 상황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다.
여야 대표 회동 직전 현기환 대통령정무수석과 안심전화 공천제 도입을 두고 사전협의를 했는지 여부가 청와대와의 진실공방으로 번질 조짐을 보이자 김 대표가 즉각 진화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 대표는 “청와대와 공방을 벌일 생각은 전혀 없다”며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드리는 합의만 지켜진다면 뭐든지 수용할 생각이 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이날 늦게 청와대와 ‘핫라인’을 가동해 여권의 분열을 막자는 데 공감했다고 한다. 갈등의 봉합에 나서자는 얘기다. 김 대표의 한 측근은 “공천권을 국민에게 돌려준다는 원칙만 지켜진다면 김 대표가 얼마든지 청와대와 논의할 뜻이 있다는 의견을 주고받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이날 황진하 사무총장과 함께 공천 룰을 다룰 당 특별기구의 인적 구성에 대해 집중 논의했다. 인적 구성 문제로 계파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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