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 北이 쏜 로켓, 美 본토로 날아간다면…백악관 대응?

  • 주간동아
  • 입력 2015년 10월 4일 15시 21분


‘워싱턴 불바다’와 ‘서울 불바다’, 김정은의 노림수
10월 10일 로켓 발사, 북한의 선택 미국의 대응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가 9월 1일 공개한 북한의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 동창리의 로켓 발사장 위성사진.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가 9월 1일 공개한 북한의 평안북도 철산군 서해 동창리의 로켓 발사장 위성사진.

“2013년 2월 위기가 북한 대 미국의 게임이었다면 2015년 8월 위기는 남북 간 대결이었다. 주목할 것은 2013년 당시 미국은 F-22와 B-2, B-52 전략폭격기를 비롯한 다양한 자산을 한반도 인근에 전개했지만, 지난 8월에는 예정돼 있던 B-52 훈련 취소를 검토할 정도로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는 사실이다. ‘워싱턴 불바다’를 공언하며 자신을 겨누는 위협에는 즉각적으로 대응하지만, 남한에 대한 국지도발에 대해서는 최대한 낮은 자세를 유지하는 미국의 기조가 명확히 드러난 대목이다.”

한 군사전문가가 박근혜 정부가 맞이했던 두 차례 안보 위기국면을 비교해 설명한 촌평이다. 같은 잣대를 10월 10일 북한 조선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을 맞이해 평양이 거듭 천명한 로켓 발사와 연결해보면 어떨까. 생각보다 답은 간단하다. 본질적으로 이번 게임은 미국과의 싸움이라는 게 평양 측 시각이라는 것이다.

2012년 말 장거리 로켓 발사로 시작된 위기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제재 결의안과 그에 맞선 이듬해 2월 북한의 3차 핵실험으로 이어졌다. 10월 10일 북한이 로켓을 발사할 경우 벌어질 일들 역시 그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관측이다. 당장은 평양이 4차 핵실험을 언급하지 않고 있지만, 로켓 발사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을 핑계 삼아 다음 카드로 삼을 공산은 충분하다는 것.

기억해야 할 것은 북한이 로켓 발사를 통해 얻을 수 있는 미사일 기술 관련 실익이 크지 않다는 사실이다. 항공우주 분야 연구기관 에어로스페이스의 존 실링 연구원은 9월 28일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북한이 이미 KN-08처럼 기동성이 있는 대륙간탄도탄(ICBM)을 완성했다면, 은하3호처럼 크고 둔중한 장거리 미사일을 추가로 날리는 건 기술 발전과는 별 관계가 없다”고 말한다. 굳이 따지자면 한 번도 실험해본 적 없는 대기권 재진입 기술을 시험하는 정도라는 것.

한국 측 시각으로 보면 이는 한층 더 명확하다. 노동 등 이미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미사일이 즐비한 상황에서 비행거리가 1만km를 넘는 장거리 로켓은 한국을 타깃으로 쓸 수 있는 물건이 아니기 때문. 실링 연구원의 설명처럼 기술적 개선과는 사실상 무관하다면 더욱더 그렇다. 로켓 발사와 관련한 남측 정부의 언급에 평양이 노골적으로 반발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한마디로 ‘미국과의 싸움인데 왜 네가 끼어드느냐’는 것이다.

8월 한 달간 이어진 위기국면에서 김정은 조선노동당 제1비서가 뜻한 만큼 ‘산뜻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면, 미국과의 ‘본게임’을 통해 만회를 노릴 개연성은 충분하다. 악화된 경제 사정과 외교적 고립 등으로 수세에 몰린 김 제1비서의 처지를 감안하면 가능성은 한층 커진다. 전문가 대부분이 10월 10일 이후 평양의 로켓 발사가 기정사실에 가깝다고 판단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남는 것은 미국의 대응 수위. 로켓이 미국 본토에 닿을 만한 거리를 날아갈 경우, 2013년 경우처럼 워싱턴의 행보는 다양한 군사적 수단을 포함한 강도 높은 압박이 될 공산이 크다. 역설적인 부분은 미국 자신을 겨누는 위협과 남한을 상대로 한 국지도발에 대한 대응에서 온도 차가 심해질수록 ‘동맹의 약한 고리’에 대한 의구심도 한층 심화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면 바로 이 대목이야말로 김정은이 노리는 로켓 발사의 최대 효과일지도 모를 일이다. ‘워싱턴 불바다’와 ‘서울 불바다’에 대한 백악관의 대응은 다를 수 있다는 의구심의 증폭이다.
황일도 기자·국제정치학 박사 shamora@donga.com

<이 기사는 주간동아 2015년 10월 7일자 1007호에 실린 기사입니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