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야가 ‘역사전쟁’에 돌입했다. 겉으로는 역사교과서의 국정화를 둘러싼 논쟁이다. 그러나 그 속내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보수와 진보가 상대방의 아킬레스건인 ‘친일 또는 유신’과 ‘종북’을 각각 겨냥한 ‘파워 게임’이다. 역사전쟁의 선봉에 선 새누리당 ‘역사교과서개선특위’ 간사 강은희 의원과 새정치민주연합 ‘한국사교과서국정화저지특위’ 위원장 도종환 의원의 설전을 지상 중계한다. 》
▼ “다양성 미명 하에 왜곡된 교육” ▼
與 교과서개선특위 간사 강은희
새누리당 강은희 의원(사진)은 “역사는 한 번 잘못 배우면 돌이킬 수가 없는데, 검인정 체제에선 왜곡·편향된 역사가 ‘다양성’과 ‘자율성’이라는 미명 아래 수없이 합리화돼 왔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에 대한 반대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가 ‘시대에 역행한다’는 지적이 많다.
“2003년 이후 10년 이상 검인정 제도를 운영한 한국에서 논란이 커져 가는 만큼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100점 만점에 80점만 맞은 교과서도 합격시키는 현 체제에서는 아무리 집필 기준을 보완해도 역사 왜곡의 소지가 있다.” ―통합된 단일 교과서가 다양성과 창의성을 만족시킬 수 있나.
“물론이다. 현재 교과서는 8종이지만 학생 입장에선 한 가지 역사밖에 배울 수가 없다. 정말 다양성을 담아내려면 논란이 있는 부분은 무엇이 논란인지도 교과서에 써줘야 한다. 그래야 학생들이 다양한 해석을 놓고 토론하면서 창의성까지 키울 수 있다.”
―국정화할 경우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맛에 맞게 교과서를 수정할 수 있는 것 아닌가.
“통합 교과서를 2017년부터 적용한다면 1년이 지난 후 새 정권이 탄생한다. 어떤 정권이 들어설지 모르는데 국가가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 겨우 1년 쓰고 버릴 교과서를 만들겠나.”
―1년 만에 단일 국정교과서를 집필한다면 ‘졸속’이라는 비판이 나올 수 있는 것 아닌가.
“국정교과서는 검인정 체제에 필요한 ‘교과서 전시 및 학교별 선택’ 기간을 아낄 수 있다. 또한 현재 출판사별로 4∼8명 수준에 불과한 집필진을 대폭 확대한다면 집필 기간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일단 집필을 빨리 시작하고, 감수 단계에서 여야 추천 전문가들이 ‘깨알 검증’을 하면 교과서의 완성도가 더 높아질 것이다. 최종 발행 전에 학계와 시민단체가 다 볼 수 있게 공개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가 역사교과서를 국정화한다면 찬성하겠나.
“그럴 것 같다(웃음). 사실 일본은 현행 검인정 체제를 악용해 자기들 입맛에 맞는 극우 교과서를 만들고 있다. 오히려 국정으로 하게 되면 균형적인 시각을 담아야 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일본 정권이 반대하지 않을까.”
▼ “교과서 국정화, 국격 훼손행위” ▼
野 국정화저지특위 위원장 도종환
새정치민주연합 도종환 의원(사진)은 “정치가 역사 교육에 개입해서 이념 전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며 “역사교과서 국정화는 대한민국의 국격을 떨어뜨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현행 역사교과서에 문제가 있다면 검정 절차를 강화하고 정부가 수정 명령을 내리면 된다는 것이다.
―국정교과서에 왜 반대하나.
“친일과 독재를 미화하는 역사 교육이 우려스럽다. 독립운동을 했든, 친일을 했든 있는 그대로 가르치는 것이 역사 교육이다. 그런 시공간 속에서 어떤 선택을 했을까 학생들이 사유하게 하는 게 역사 교육이다.”
―현재 검정 시스템에서 나온 교과서가 좌편향이라는 지적이 있는데….
“보수 또는 뉴라이트 시각의 교과서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정부 여당이 국정교과서 하나로 통일하겠다는 것에 반대하는 것이다.” ―여당은 고교 교과서 집필진 120여 명 가운데 80여 명이 진보좌파 성향이기 때문에 교과서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한다.
“고영주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은 역사학자의 90%가 좌파라고 했다. 극우 쪽 인사들이 보면 가운데 있는 사람들도 모두 왼쪽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사실에 바탕을 두지 않고 교과서 문제를 이념 전쟁으로 몰아가는 건 교육에 죄를 짓는 것이다.”
―교육부가 새누리당에 제공한 ‘고교 교과서 분석’ 보고서 공개를 요구하는 이유는….
“역사 교육을 이념 전쟁으로 몰아가는 근거가 되는 자료여서다. 집필진 성향 분석 등 많은 부분에 과도한 편집과 왜곡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자료를 공개한 뒤 여야가 함께 미래 세대를 위해 정정당당하게 교육 문제를 논의해야 한다.”
―국정 역사교과서를 원하는 여론도 있다.
“학부모들은 교과서 종류가 많으면 ‘아이들이 그걸 다 어떻게 공부하지’라는 우려 때문에 하나로 통일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할 수 있다.”
―대안이 있나.
“현재 역사교과서는 이명박 정부 때 만들어진 집필기준에 따라 작성됐고, 박근혜 정부가 검정한 것이다. 이 교과서가 문제라면 교육부가 책임을 져야 한다. 잘못된 부분이 있다면 교과서 심의 방식 등을 다시 논의해 제대로 된 검정을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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