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北-中… 시진핑 축전 이어 친서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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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열병식 이후]中 류윈산, 김정은 손 번쩍 들어올리기도
류, 北中 고위급 교류 강화 제의… 김정은 방중으로 이어질지 주목

10일 평양 열병식에 참석한 중국 국가서열 5위 류윈산 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은 김정은 노동당 제1비서 바로 뒤에 입장한 뒤 3시간 내내 바로 왼쪽에 서서 행사를 지켜봤다. 중국 관영 중앙(CC)TV는 이날 열병식을 생중계했다.

행사 중 류 상무위원이 김정은과 대화를 나누는 장면도 지속적으로 노출됐으며 두 사람이 손을 잡고 번쩍 들어 올려 관중의 환호에 답하는 모습도 보였다. 고개를 숙여 함께 단상 아래 광장을 바라보는 장면을 보여주기도 했다.

열병식 무대 아래에서는 ‘노동당 70주년 기념식’이, 무대 위에서는 ‘북-중 관계의 회복 선포’가 이뤄지는 모습을 연출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베이징대 진징이(金景一) 교수는 “2013년 북한의 3차 핵실험과 장성택 처형,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남한 방문으로 경색됐던 북-중 관계에 양측 모두 개선의 필요성을 느껴 왔는데 이번 행사를 적기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류 상무위원은 방북 첫날인 9일 평양 국빈급 영빈관인 백화원초대소에서 이뤄진 김정은과의 회담에서 시 주석의 친서를 전달해 사실상 특사 역할을 수행하는 모습이었다. 시 주석은 친서에서 ‘중조(中朝) 전통 우의는 양측 선대 지도자들이 직접 만들고 키운 것으로 양측 공통의 보배이니 우리가 더욱 귀하게 여길 가치가 있다’고 했다.

김정은은 친서에 대해 감사를 표하고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총서기가 남긴 최대의 외교적 유산은 조중 우의”라며 “조중 관계는 단순한 이웃과의 관계가 아니라 피로 맺어진 친선의 전통에 뿌리를 둔 전략적 관계”라고 말했다고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전했다. 김정은은 이어 “전통은 역사책이나 교과서에 기록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실천으로 계승 발전시켜야 한다”며 그동안 북-중 관계 경색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내기도 하면서 “앞으로 쌍방의 노력에 의해 친선이 더욱 힘 있게 과시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류 상무위원은 회담에서 양국 간 고위층 교류를 강화하자고 제안해 김정은의 방중이 이뤄질지 주목된다.

류 상무위원은 한반도 문제에 대해 비핵화 등 ‘한반도 3원칙’과 조속한 6자회담 재개를 거론했다. 그는 “한반도의 평화와 안전은 각 관련국의 이익에 부합하며 지역과 세계 평화 안정 유지에도 유리하다. 중국은 한반도 평화 안정, 비핵화, 대화와 타협을 통한 문제 해결 입장을 견지하며, 과거처럼 필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정은은 “조선은 경제 발전과 민생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평화적이고 안정적인 외부 환경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조선은 북남 관계 개선, 한반도의 안정 유지를 위한 노력을 계속할 것을 원하며 각국이 공동의 노력을 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류 상무위원은 11일 김일성과 김정일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을 참배하고 방명록에 ‘위인은 영생하시고 호방한 기상은 영원하리!’라는 글을 남겼다. 또 6·25전쟁 당시 중국의 희생을 부각시키기 위해 평남 안주시의 중국인민지원군열사능원도 참배했다. 류 상무위원은 3박 4일 일정을 마치고 12일 귀국한다.

한편 이번 행사에 전통적으로 북한과 친선관계를 맺고 있는 국가 중 러시아만 대표단을 보내지 않았으며 축전도 따로 보내지 않아 북-러 관계가 북-중 관계보다는 기반이 약하다는 것을 보여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베이징=구자룡 특파원 bon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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