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과서) 국정화에 대해 새누리당이 당당하고 자신 있다면 양당 대표와 원내대표 간 2+2 공개토론을 제안한다.”(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
“정치권이 정치 논리로 공방할 일이 아니다. 응하지 않겠다.”(새누리당 김무성 대표)
정부가 12일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침을 공식 발표하면서 정치권 긴장도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일단 문 대표의 ‘맞짱토론’ 요구를 김 대표가 거부했지만 여야의 대결은 내년 총선은 물론이고 2017년 대통령 선거까지를 겨냥한 이념전쟁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념을 매개로 해 지지층 결속을 위한 사생결단의 투쟁을 시작했다는 것.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여야의 발언 수위도 높아지고 있다. 여당은 현행 검인정 교과서에 대해 ‘친북숙주’라고 규정했고, 야당은 국정체제 전환을 ‘역사 쿠데타’라고 몰아붙였다.
사실상 두 달도 채 남지 않은 19대 국회는 당장 파행과 공전을 거듭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교과서 국정화를 저지할 실질적 수단이 마땅치 않은 야당으로서는 주요 법안과 내년도 예산안 처리를 연계한 대여 투쟁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당장 13일부터 열리는 대정부 질문에서 여야는 치열한 ‘역사전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다.
○ 野, 100만인 서명 및 지도부 1인 시위
새정치연합은 정부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강행에 대해 ‘모든 수단’을 동원해 총력 저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더이상 역사 앞에 죄를 짓지 말라”며 전면전을 선언한 새정치연합은 국정 교과서 도입 반대에 타협은 없다고 공언했다. 이날 긴급의원총회를 연 야당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긴급의총 결의문을 통해 야당은 “먹고사는 문제가 제일 중요한 국민들 앞에 이념 갈등을 조장하고 국론을 분열시키는 박근혜 정권을 결코 좌시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친일 미화 역사왜곡 교과서 국정화 즉각 중단 △교육부 교과서 행정고시 강행 철회 △교육부 책임자 즉각 사퇴 △박근혜 대통령 사과 등 4가지 요구사항도 결의했다.
문재인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현행 역사교과서는 2011년 8월 이명박 정권이 정한 집필 기준에 입각해 만들어졌고 2013년 8월 박근혜 정부가 최종 합격 판정을 내린 교과서”라며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 국정화 금지를 법제화할 것을 다짐한다”고 했다.
회의 직후 문 대표와 당 최고위원 5명은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향했다. ‘친일미화 교과서 반대!’ ‘역사왜곡 교과서 반대!’ 등이 적힌 피켓을 든 이들은 사전에 집회 신고를 하지 않은 탓에 1인 시위 형식을 갖추기 위해 5m 간격으로 서 30분간 시위를 벌였다. 이와 함께 새정치연합은 학계·시민단체와 손잡고 국정화에 반대하는 100만인 서명 운동을 벌이기로 했다.
○ 與 “좌파세력이 교과서 집필진 참여”
새누리당은 야당의 총력 대응에 정면으로 맞서는 대신 현행 교과서 집필진의 좌편향 문제에 초점을 맞추며 대국민 호소에 집중했다. 국정화라는 용어에 대한 거부감이 있는 만큼 교과서 집필진을 균형 잡힌 전문가들로 채워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나선 것.
김무성 대표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좌파세력인 민족문제연구소, 역사문제연구소 소속 인사들이 대거 역사 교과서 집필진으로 참여하고 있다”며 집필진의 좌편향 사례를 나열했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특정 이념 편향 단체에 얽힌 사람들이 출판사를 바꿔 가며 교과서를 집필하는 회전문 집필을 하고 있다”며 “현행 검정 체제를 유지하는 한 역사 교육에 대한 편향성 시비가 계속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현행 교과서가 북한을 두둔하는 내용이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북한이 가장 바라는 것은 친북과 반국가적 사상으로 대한민국 정체성을 흔드는 것”이라며 “좌편향 교과서가 친북사상을 퍼뜨리는 숙주”라고 했다.
새누리당은 이번 주 중 역사 교과서 오류·왜곡 사례집을 내는 등 본격적인 홍보에 착수할 예정이다. 야당의 ‘연계투쟁’ 움직임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김 대표는 “(역사교과서와 내년도 예산안) 두 문제는 전혀 별개의 사안”이라며 “야당이 좌파세력과 연대해 (이를) 반대한다면 국민의 외면을 받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날 오전 열린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는 새누리당 의원들이 불참한 가운데 야당 의원들의 ‘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성토장이 됐다. 여당 의원들과 황 부총리 등 교육부 관계자들은 “여야 합의가 없었다”는 이유로 회의에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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