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가 시작될 때부터 영장 심사 들어가고, 기소되고 재판기간 내내 한번도 법을 위반했다고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15일 ‘청와대 문건 유출’ 사건으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를 받은 조응천 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53)은 선고 직후 “검찰이 인정하고 항소 안 했으면 좋겠는데 그럴 리는 만무하다고 생각한다”며 “이제 시작이다. 1심 판결이 났을 뿐, 나와 내 주변인들의 고난은 계속될 것 같다”고 말했다.
선고 공판 시작 5분 전 법정에 도착한 그는 내내 눈을 감고 재판장이 낭독하는 판결을 묵묵히 들었다.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과 공무상 비밀 누설 혐의에 대해 무죄 판단 결론이 나자 그제야 눈을 뜨고 고개를 들어 천장을 바라봤다. 이따금 안경을 벗고 눈을 비비기도 했다.
조 전 비서관은 이날 징역 7년을 선고받은 박관천 경정(49·전 대통령공직기강비서관실 행정관)에 대해 “역지사지 해보라. 7년이다”며 “제 부하였는데 인간적으로 딱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사 시작부터 재판 내내 함께 이름이 오르내렸던 박지만 EG 회장과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에 대해선 “할 말이 없다”며 말을 아꼈다.
조 전 비서관은 당송8대가 중 한 명인 유종원의 한시 ‘강설’을 언급하며 “시에 초롱을 덮어쓴 노인이 홀로 낚시를 하는데 그런 심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맹자에 나오는 ‘궁불실의(窮不失義) 달불리도(達不離道)’, 어려움에 처했더라도 의를 잃지 말고 잘 나갈 때도 도를 벗어나지 말라는 그 말씀을 항상 마음에 새기고 있었다”며 지난 11개월에 대한 소회를 밝혔다.
‘변호사를 할 생각이 없느냐’는 질문에는 “형사재판을 받는 사람이 변호사를 하는 것은 자가당착”이라며 올해 3월 문을 연 자신의 해산물 식당에 대해 “내 생업이다. 계속할 계획”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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