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핵심기술 못준다” 못 박아… 한국형전투기 개발 차질

  • 동아일보
  • 입력 2015년 10월 17일 03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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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美 정상회담]
대신 방산기술 협의체 구성
정부, 유럽업체와의 협상 기대… 일각 “美거절 뻔한데 약점만 노출”

미국이 거듭 한국형전투기(KFX) 사업의 핵심기술 이전에 대해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는 유럽과 이스라엘 등 해외 업체와의 협상에 기댈 수밖에 없게 됐다. 체계통합 기술도 중요하지만 해당 장비의 개발도 해외 업체의 기술 이전이 필요하기 때문에 2025년으로 예정된 이 사업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다기능위상배열(AESA) 레이더 등 4개 핵심 항공전자장비의 자체 개발 능력은 90% 정도 확보했다고 밝혔다. 문제는 나머지 10%의 장벽을 넘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우리가 확보하지 못한 기술은 그만큼 해외 업체도 중요한 기술로 분류하고 있어 협상이 난항을 겪을 수 있다. 미국이 기술 이전을 거부한 부분을 다른 해외 업체가 악용할 경우 불리한 조건에서 협상에 끌려다니다 개발비 증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8000억 원 정도로 책정된 개발비가 급증하면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도 있다. 개발이 늦어지면 100여 대의 전투기가 퇴역하는 2025년 이후 공군의 전력 공백 문제도 심각해진다.

일각에선 미국이 거절할 가능성이 높은데도 한민구 국방장관이 애슈턴 카터 미 국방장관에게 기술 이전을 재차 요청한 게 무용지물이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다만 기술 이전을 거부한 미국이 고등훈련기(TX) 사업이나 우주 분야 등 장기적으로 우리 정부가 필요로 하는 다른 부문에서는 유연하게 협상에 임할 거라는 평가도 있다.

카터 장관은 이날 양국 국방장관 회담에서 “기술 협력 방안을 공동으로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방위산업 기술 협력을 확대하기 위한 협의체를 구성하기로 했다. 협의체에서 KFX 사업을 중심으로 TX 사업 등 방산 현안의 다양한 기술 협력 분야를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한 장관과 카터 장관은 이번 회담에서 8월 북한의 비무장지대(DMZ) 지뢰 도발 사건과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전후의 추가 도발 가능성 등 한반도 안보 상황도 논의했다. 우주·사이버 영역에서의 국방 협력도 확대하기로 했다.

정성택 기자 neone@donga.com
#미국#한국형전투기#핵심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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