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16일(현지 시간) 110분간의 단독 및 확대 정상회담을 끝낸 뒤 공동기자회견장인 백악관 ‘이스트룸(East Room)’에 함께 등장했다. “한국에는 자주 보면 정이 든다는 말이 있는데 정이 들었느냐”는 질문에 박 대통령은 웃으며 “저는 (오바마 대통령과) 정이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 양국의 강한 동맹 관계는 두 사람의 우정, 한국민과 미국민의 우정 때문에 더욱 강해진 것 같다”고 화답했다. 50여 분간 진행된 공동기자회견에선 한미동맹의 굳건함과 긴밀한 대북공조가 강조됐다. ○ “한미 관계는 단단한 토대 위에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한미동맹 균열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는 질문에 “우리(한미) 관계에 전혀 틈이 없다고 본다”며 “한미 관계는 단단한 토대 위에 있다”고 답했다. 모두발언에서는 “한미동맹은 한반도뿐 아니라 전 지역의 평화와 안보의 핵심 축”이라고 했다. 박 대통령도 “한미 동맹은 과거 그 어느 때보다 강력하다”고 말했다. 주철기 대통령외교안보수석비서관은 18일 “이번 정상회담에 미 정부의 핵심 인사가 모두 배석했는데 매우 드문 경우”라고 설명했다.
두 정상은 북한의 핵 보유를 결코 용납하지 않으며 전략적 도발에는 제재에 나설 것임을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박 대통령은 “북한이 비핵화에 진정성 있게 나온다면 한미는 국제사회와 함께 협력적인 조치를 취할 용의가 있음을 재확인했다”고 한다. 오바마 대통령도 “이란과 쿠바에서도 보여주었듯 미국은 어려웠던 그런 과거를 가진 국가와도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 한미중 3각 협력 강조… 평화통일도 논의
한미 간 대북공조에 중국을 끌어들이기로 했다. 북한의 전략적 도발을 막기 위해 한미 공조에 중국의 협조를 구하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과 관련해 한미 양국은 중국과 협의를 심화해 가기로 했다.
박 대통령은 “한반도 상황 전개와 평화통일 과정에서 상호 조율된 대북 정책을 지속 추진해 나가는 한편, 평화통일의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한미 고위급 전략 협의를 심화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주 수석은 “통일 문제의 국제적 지지 기반을 확장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한미 고위급 전략협의 강화의 구체적 방안을 두고는 “이제부터 논의를 시작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北,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전환”
북한은 한미 공동성명에 대해 기존 목소리를 되풀이하는 방식이었다. 북한 외무성은 17일 “조미(북미) 사이에 신뢰를 조성해 당면한 전쟁의 근원을 제거할 수 있다면 핵 군비 경쟁도 종식시킬 수 있고 평화를 공고히 해 나갈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미국이 평화협정 체결 문제를 외면하거나 조건을 다는 식으로 나오면 우리에 대한 적대시정책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며 “미국이 끝내 다른 길을 고집한다면 우리의 무한대한 핵억제력이 점점 강화돼 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평화협정 체결을 촉구했다.
하지만 북한이 중국과의 관계 때문이라도 북핵 6자회담 자체를 무시하기는 어려운 형편이다. 거듭된 평화협정 체결 요구도 일종의 대화로 나가기 위한 명분 쌓기, 또는 조건 제시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앞서 10일 노동당 창건 70주년 기념일에 류윈산(劉雲山) 중국 공산당 중앙정치국 상무위원이 방북하고 당시 열병식 연설에서 김정은이 핵에 대해 한마디도 언급하지 않은 것은 북-중 사이에 최소한의 합의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시 주석의 친서 및 김정은-류윈산 면담에서도 6자회담 복귀에 대한 의사소통이 있었다.
한미가 이번 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북한을 의미 있는 대화로 복귀시키기 위해 중국이 건설적인 역할을 하는 데 한미가 협력하자”고 밝힌 점도 중국이 역할을 시작한 만큼 힘을 내도록 독려하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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