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 장관 2명과 차관 6명을 교체하는 부분 개각이 어제 발표됐다. 새누리당 의원인 유일호 국토교통부 장관과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의 후임에는 경제관료 출신인 강호인 전 조달청장과 김영석 해수부 차관을 지명했다. 역시 정치인 출신인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김희정 여성가족부 장관도 순차적으로 교체돼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할 것이다.
친박(친박근혜) 출신 의원인 유일호 유기준 장관은 인사 청문회를 거쳐 3월 정식 임명돼 업무를 시작했다. 취임한 날로부터 따지면 7개월밖에 안 된 ‘단명 장관’인 셈이다. 작년 7월과 8월 취임한 최경환 황우여 부총리보다 훨씬 늦게 임명됐다. 짧은 재임기간 중 두 사람이 뚜렷한 실적을 남겼다고 보기도 어렵다. 박 대통령이 임명 당시 ‘11개월짜리’라는 소리를 들었던 두 의원을 7개월 만에 교체한 것은 총선 출마를 위한 ‘경력관리용 인사’였다는 비판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게 됐다.
외교안보 라인을 제외한 어제 개각 발표는 오전까지만 해도 전혀 예고가 없었던 ‘깜짝 인사’였다. 일각에서는 외교안보 라인 인사를 둘러싼 논란과 부담을 줄이기 위해 일부 장차관의 교체 시기를 앞당긴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개각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지만 부분 개각을 전격 단행할 특별한 사정이 있었는지 궁금하다. 특히 김무성 대표를 향해 “당직 인사권을 사유화했다”고 공격했던 강성 친박 유기준 장관을 조기에 당에 복귀시킨 것은 공천 정국을 앞둔 김 대표 견제용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어제의 ‘찔끔 개각’으로 대통령이 장관 자리를 너무 가볍게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아직도 마음이 콩밭에 가 있는 부총리 2명과 후임을 못 구해 잔류한 김 장관, 총선 출마를 저울질하는 정종섭 행정자치부 장관,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도 가능한 한 빨리 정리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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