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교과서의 국정화 예산 44억 원이 13일 국무회의에서 예비비로 이미 의결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자 야당이 발끈했다( 본보 20일 자 A6면 참조). 이에 맞서 정부와 새누리당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맞서고 있어 국정화 예산을 놓고 여야가 정면충돌하는 양상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20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예비비 44억 원 편성 과정을 문제 삼았다.
이춘석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대통령이 (미국으로) 떠나기 전에 이미 시나리오를 완성해놓고 국민을 기만한 것”이라며 “교육부총리와 예산을 통제해야 할 대통령, 국무총리, 경제부총리 등이 국가예산의 질서를 완전히 무너뜨렸다”고 성토했다.
같은 당 최재천 정책위의장도 “헌법의 가치를 뒤집는 극단적인 목표 설정, 법과 절차·과정 생략, 목표를 향한 공격성 신속성 등이 국정교과서를 다루는 현 정부의 작전능력”이라고 비판했다. 최 의장은 예비비 의결 과정에서 △국가재정법 위반 △예비비 편성 당위성 부족 △행정절차법 위반 △교육의 전문성 중립성 위반 등을 조목조목 거론했다. 통상 예비비는 국가 재난이나 재해 등 부득이하고 긴급한 상황에서 집행되는데 교과서 예산으로 돌린 건 비상식적이라는 것이다.
당 지도부는 뒤통수를 맞은 분위기였다. 예산심의 과정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관련 예산안 배정을 철저히 막겠다는 계획이 사실상 무력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후속 조치 마련에 들어갔지만 무조건 내년도 예산안 전체 심사와 연계하는 것을 두고는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내년도 예산 심사를 전면 거부할 경우 역풍을 맞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최경환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국회 기재부 전체회의에 출석해 “(예비비 편성은) 절차상 문제가 없다”며 “(국무회의 의결은) 주무 부처 장관으로 해야 할 역할이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국무회의 의결을 철회해야 한다’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그럴 권한도, 그럴 생각도 없다”고 날을 세웠다.
최 부총리는 예비비 편성 요건으로 예측 가능성, 시급성, 보충성 등을 꼽은 뒤 “교과서 편찬은 예측하지 못했던 사안이었고 제작에 15개월이 걸린다는 점에서 11월 안에 착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 시한을 넘기면 2017년에 발간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이다.
새누리당 황진하 사무총장은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역사 교과서 국정화 같은) 정치적 이슈를 볼모로 국회가 해야 할 일을 하지 않는다면 국민의 매서운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이번만큼은 어떠한 연계조건 없이 예산안 처리에 (야당이) 적극 협조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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