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 원내대표 취임 100일… ‘계파색 엷은 중진’서 탈바꿈
비박 일부선 “배은망덕” 눈 흘겨
지난달 30일 새벽 대통령이 이용하는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 새누리당을 대표해 유엔총회를 마치고 미국 뉴욕에서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을 맞은 사람은 원유철 원내대표였다. 대통령의 해외순방 와중에 김무성 대표가 ‘안심번호 국민공천제’ 도입을 야당 대표와 잠정합의하면서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계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던 때였다. 원 원내대표로서는 ‘신박(新朴)’으로 거듭 태어났음을 알리는 자리였다.
‘유승민 사태’ 이후 7월 계파 간 타협책으로 추대될 때만 해도 원 원내대표는 계파색 엷은 정치인이었다. 당시 거론됐던 수도권 4선의 정병국, 심재철 의원에 비해 친박 측도, 김 대표도 ‘원유철 카드’에 대해선 거부감이 없었다. 하지만 21일이면 취임 100일을 맞는 원 원내대표는 김 대표와 정면충돌을 마다하지 않는 친박계 성향을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가가 많았다.
원 원내대표의 행보를 놓고 김 대표 측근과 일부 비박 의원은 “‘추대정신’을 잊었다”며 부글부글 끓고 있다. “추대해줬더니 배은망덕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원 원내대표도 이 같은 분위기를 잘 알고 있다. 그는 “나도 총선에 5번 나가서 운 좋게 4번 당선됐는데 수도권은 박빙으로 승부가 난다”며 “친박, 비박의 문제가 아니다”라고 단언했다. 내년 총선의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에서 승리해야 당의 미래도, 자신의 미래도 있다는 얘기다. 조만간 상임위원회별로 의원들과 식사를 하며 접촉면도 넓힐 예정이다.
말실수를 하지 않으려고 라디오에 출연할 때는 발언 시간까지 꼼꼼히 재면서 사전 예행연습을 한다고 한다. 24년간의 정치 인생에서 가장 주목받는 자리에 오르게 된 정치적 무게감을 의식한 행보일 것이다. 박 대통령이 워싱턴 방문길에 오른 13일과 귀국하던 16일엔 공항에 나가지 않았다. 그 자리에는 김 대표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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