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이산가족 상봉행사에서 두 동생을 만났던 고영범 씨(73)는 21일 TV로 전해지는 이산가족 상봉단의 모습을 보고 “제발 한번만이라도 (동생을) 더 만나고 싶다”며 울음을 참지 못했다. 이미 한 차례 이산가족 상봉에 참여했지만, 단 한번의 행사는 더욱 큰 그리움을 남겼다. 과거 상봉행사에 참여했던 이산가족들은 올해 상봉 장면을 지켜보며 북쪽 가족을 다시 만날 기회가 있을지 애타는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형님, 칠순잔치 때 연락 한 번 주소. 연락주면 나 꼭 찾아가리다.”
고 씨의 눈에는 호탕하게 웃으며 속절없이 칠순잔치 얘길 꺼낸 동생의 웃는 모습이 아직도 선했다. 그런 동생이 이별의 순간 멀찍이 떨어져 몰래 눈물을 훔치던 모습도 잊혀지질 않는다. 이 때문에 가족을 만났던 기쁨에도 불구하고, 그 이후에 다시 만나지 못한다는 안타까움이 우울증에 빠지게 만들었다. 브로커를 통해 북한에 있는 동생에게 연락이라도 하려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그는 “상봉단 한 명 한 명이 나 자신 같다”며 한숨을 쉬었다.
윤채금 씨(82·여)는 상봉행사를 TV로 본 뒤 활달하던 모습이 사라졌다. 14년 전 만났던 막냇동생이 그리워진 듯했다. 이내 “눈물로 만나 눈물로 헤어지는 상봉단과 같은 마음”이라며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이번 상봉에서 65년 만에 다시 만난 ‘신혼부부’ 남쪽 부인 이순규 씨(85)와 북쪽 남편 오인세 씨(83)의 사연이 윤 씨의 가슴을 흔들었다고 한다. 윤 씨는 “이제 부부가 한을 풀었으니…”라고 말했다.
2009년 아버지를 모시고 북쪽의 고모를 만났던 송성호 씨(56)는 “고모와 사촌형제들을 다시 볼 수 없어 답답하다”고 소회를 밝혔다. 이산가족 상봉이 단 한번에 그치는 탓에 아버지가 상봉 이듬해에 돌아가셨다는 소식조차 북쪽 가족에 전하지 못했다. 송 씨는 “일회성 상봉이 서신교환이나 생사 확인으로라도 이어질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미 가족을 만난 만큼 아직 만나지 못한 가족들에 대한 미안한 마음도 있다. 윤 씨는 “이젠 (다시 상봉하는 것조차) 너무 늦었다”며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이산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상봉이 정례화되길 바란다”고도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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